교육차관서 대학개혁 '구원투수'로 나선 박종구씨

아주대 총장직무대행 맡아 '글로벌 톱100' 도약 밑그림

"내 DNA는 학교나 공직사회 쪽에 더 가깝습니다. 우직하게 일하되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 3년 안에 국내 10대 대학,개교 50주년이 되는 2023년엔 세계 톱 100대 대학이 될 겁니다. "

박종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53)은 개교 37주년(12일)을 앞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각오를 다졌다. 지난달 22일 총장직무대행에 오른 그의 주간 일정표에는 각종 회의목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특히 졸업생들의 취업을 독려하기 위한 회의는 직접 관리하고 있다. 박 대행은 "아주대가 서울 강남에서 30분 거리인데도 일부에서 지방대로 인식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학교 행정 혁신이나 교수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우수한 인재들이 올 것이므로 홍보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5남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형제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교수와 공무원 길을 걸었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국무조정실 정책차장,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등을 거쳤다. 개방형 직위공모제로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에 진출해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뿌리내린 성공사례로도 꼽힌다.

박 대행은 경제학 교수와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맏형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셋째 형인 박삼구 명예회장도 "적극 도와줄테니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전임 총장이 논문 표절 논란으로 취임 18일 만에 자진 사퇴한 뒤 구원투수로 나선 박 대행은 우선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고 대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박 대행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소(强小)대학'의 이점을 살려 서울권 대학들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행은 최우선 과제로 '대학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대학을 최근 설립한 데 이어 연구역량이 뛰어난 '우수연구집단'을 선정해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교수들은 연구에만 전념하고 행정처리는 학교가 도맡아 하는 원스톱 서비스 체계인 '베스트 HRD(인재개발)전략'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다.

그는 "글로벌 캠퍼스를 지향하려면 구성원 스스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는 게 필수"라며 "전 직원의 어학교육,재교육,국내외 연수를 활성화하고 인센티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행이 제시한 또다른 키워드는 '융합학문'이다. 그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신설했던 미디어학부와 올해 문을 연 금융공학부를 아주대의 간판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3년 전부터 실시한 IT 집중교육 분야도 경쟁력이 높다"면서 "올해 전국 1호 모바일애플리케이션센터가 학교 안에 설립됐고 교수 · 학생 20여명이 이달 중 혁신적인 아이폰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산 · 학 협력 포부도 밝혔다. 박 대행은 "내부 여건이 성숙되는 대로 기술지주회사와 학교 기업을 설립해 수익사업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국책연구기관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