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돼 있다"는 베이비 부머, 10명중 4명이 "국민연금 뿐"

정년 앞둔 1955년~1963년생 '우울한 자화상'

6 · 25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1955년에 태어난 김 부장은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베이비붐 세대로 대학 입시 때는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했고,사회에 진출한 1970년대와 80년대는 경제가 고도 성장했지만 정치적으로 혼란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많은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고,혹독한 구조조정 속에 살아남았지만 어느새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자식을 유학 보낸 김 부장은 요즘 자녀 혼사에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의 노후는 챙기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위안 삼아 믿는 것이라곤 국민연금뿐이다. 김 부장의 모습은 베이비붐(47~55세) 세대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통계 자료는 우울한 베이비부머들의 현 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나는 못배웠지만 내 자식만은…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학 문은 좁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4.2%로 전체 평균(60.1%)보다 높았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형편'(79.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성별로는 남자(58.8%)보다 여자(69.5%)가 10%포인트 높았다.

이 때문인지 베이비부머들은 자녀의 대학 교육비 지원에 지나치게 집착했다. 베이비부머의 99.1%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률도 68.5%로 전체 평균(61.9%)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응답자의 83.1%가 '자녀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답해 30세 이상 가구주 평균(79.8%)보다 높았다. 베이비부머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대학생 자녀를 많이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비부머들의 90.0%는 '자녀 결혼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실한 노후준비

베이비부머들은 10명 중 7명이 부모 생활비를 책임졌다. 생활비 제공 방식은 모든 자녀가 분담하는 경우가 33.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장남 또는 맏며느리(18.8%),아들 또는 며느리(13.9%),딸 또는 사위(2.4%) 등의 순이었다. 베이비부머들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0.0% 됐다. 하지만 노후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38.5%)을 가장 많이 꼽았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에 돈을 넣은 기간이 짧아 평균소득의 절반도 채 받지 못하는데도 의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다른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예금 · 적금(24.3%)이나 사적연금(19.5%)을 꼽은 비율은 적었다.

향후 소득수준이 같거나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69.5%에 달했다. 통계청은 베이비부머들의 노후 준비가 덜 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노후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답변 20.0% 가운데 절반(50.3%)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39.8%는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가장 필요하거나 늘릴 필요가 있는 복지서비스로는 52.6%가 '노인돌봄 서비스'를 꼽았다. 직업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73.8%가 '수입과 안정성'을 선택해 15세 이상 인구 전체(66.7%)보다 높았다.

◆높은 스트레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베이비부머는 65.2%로 15세 이상 인구 전체(60.4%)보다 많았다. 직장과 가정에서 느끼는 비율도 각각 78.9%와 52.2%로 전체 평균(77.8%,47.1%)보다 높았다.

1년에 공연,전시,스포츠를 한 번이라도 관람한 베이비부머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7.8%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 가구주의 61.6%는 자신을 '중간층 이상'으로 생각해 전체 가구주(57.6%)보다 높았다.

베이비부머의 가족관계 만족도는 전체 평균에 못 미쳤다. 배우자 만족도와 자녀 만족도는 각각 62.6%,71.7%로 전체 평균 65.7%,72.7%에 미달했다. 배우자 부모에 대한 만족도는 45.9%였고,배우자 형제 · 자매의 경우 39.6%에 불과했다.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