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케이맨군도 '롱텀펀드' 증시 큰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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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5조 외국인 순매수 주체는
美 1.5조로 1위…ITㆍ차 대거 매수
채권선 태국계 3조 사들여 압도적
"과거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중에는 단기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헤지펀드가 제법 많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양질의 해외자금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요.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
중장기 투자를 주로 하는 해외 '롱텀펀드'들이 국내에서 주식 · 채권을 대거 매수하고 있다. 주식은 미국과 케이맨군도,채권은 태국과 룩셈부르크가 '큰손'이다. 유럽 일부 지역의 재정 위기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고 우려됐던 '출구전략'이 늦춰지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신흥) 시장으로 활발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 기업실적이 탄탄한 데다 원화가치 강세로 환차익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유럽국가들도 순매수 전환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주식 4조540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월(9674억원) 2월(4138억원)에 비해 급증한 규모다. 3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 주식은 300조8033억원으로 시가총액의 30.3%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조56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올 들어 매월 1조원 이상 순매수한 미국 자금은 1분기 3조679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여 외국인 순매수액의 62%를 차지했다.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군도와 룩셈부르크가 3월 각각 8089억원과 625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2월 순매도했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들도 지난달에는 3000억~50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권기정 RBS증권 상무는 "외국인은 한국의 IT(정보기술)주와 자동차주에 관심이 많고 원화가 절상되면 환차익도 가능하다고 판단해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기투자하는 헤지펀드도 있지만 장기투자자도 많다"며 "조세회피 지역에는 헤지펀드뿐 아니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다"고 설명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헤지펀드보다는 뮤추얼펀드와 같은 롱텀펀드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은 채권 큰손…상환도 많아채권시장에서는 태국계 자금이 두드러진다. 태국은 3월 3조695억원의 상장 채권을 순매수해 7633억원에 그친 미국을 2개월 연속 큰 차이로 앞질렀다. 1분기 중 태국 자금이 사들인 채권은 5조4950억원에 이른다. 다만 만기상환도 5조원을 넘어 순투자액은 2384억원에 불과했다. 양진모 SK증권 연구위원은 "태국은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며 "태국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0.95%대로 낮아 1년 만기 국내 채권을 매수하면 바트화를 원화로 바꾸는 비용을 감안해도 1%포인트 남짓 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룩셈부르크(7080억원),싱가포르(4639억원),홍콩(3648억원) 등도 지난달 활발하게 매매에 참여했다. 중국은 올 들어 매월 3000억원가량 사들이며 주요 매수세력으로 부상했다.
해외 채권세일즈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종욱 동부증권 이사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포트폴리오 다양화 차원에서 한국물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3월 말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채권은 총 61조8145억원이며,이 중 절반가량인 33조3361억원이 국채였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자금과 달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자금은 원화 강세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에 대한 기대로 장기채를 중심으로 순매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WGBI(글로벌채권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덱스펀드 등 장기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해영/강지연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