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통계가 국가경쟁력 갉아먹는다

노동통계 한해 거르고…인구자료 부처마다 달라
서울 면목동에 사는 주부 김선희씨(41)는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반찬거리 등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가 보면 배추 감자 사과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2배 이상 올랐는데 정부가 발표한 물가 상승률은 3%가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자녀 학원비와 기름값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는데도 정부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국가 경제정책의 바탕이 되는 각종 통계가 국민들이 생활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용 통계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월 실업률은 4.9%.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7%)의 절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3~4%로 추정하는 자연실업률(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감안하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층부터 퇴직 후 재취업하려는 50~60대까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최대 60만명으로 추정하는 취업 준비생과 65세 이상 고령층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이들 연령층의 실업은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구의 고용 동향을 파악해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데 쓰이는 노동 패널 조사는 아예 중단 위기에 놓였다. 통계를 잡는 노동연구원이 작년 직장폐쇄를 겪으면서 관련 예산을 따내지 못해서다.

같은 통계에 대해 부처 간 집계치가 다른 경우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2005년 기준 주민등록 인구가 4878만2274명이라고 발표했지만 같은 해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센서스)에서는 4704만1434명이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국내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은 경우 등이 행안부 통계에서는 가려지지 않아서라는 설명이 나중에 나왔다. 주택정책을 짜는 데 핵심 지표인 주택보급률 통계도 국토해양부와 행안부 숫자가 다르다. 국가 신용도를 좌우하는 국가 부채도 산정 방식과 기관에 따라 적게는 400조원부터 많게는 1200조원까지 고무줄이다. 정부는 뒤늦게 국가 통계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작년 말 범 부처 차원의 국가통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아직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유성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국가 통계는 장래의 정책 수립은 물론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확하고 엄정해야 한다"며 "국가 통계 전반의 질적 수준과 관리 실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이상은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