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주식수만 늘리면 호재?…액분ㆍ무증 '줄이어'

상장사들의 주식수 늘리기 한창이다. 주식을 쪼개는 액면분할이 올 초부터 줄을 잇더니 최근엔 무상증자도 잇따르고 있다. 유통주식수가 늘면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당 기업들 주가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종목은 이상급등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순히 주식수 증가만으로 오른 주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스페이스 대성파인텍 이화공영 현우산업 등이 이달 이사회를 열고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가운데 유ㆍ무상증자를 함께 결정한 현우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의 주가가 급등했다.

바이오스페이스의 경우 지난 8일 100% 무상증자 계획을 밝히자 다음날인 9일 상한가로 직행했고, 이회공영과 대성파인텍도 증자 공시 이후 각각 이틀과 사흘씩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들 기업의 주식은 평소 유통물량이 많지 않았다. 주식수가 늘어나는 무상증자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이유다. 대성파인텍의 경우 지난 6일 1주당 0.8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의하기 이전까지 하루 거래 주식수가 수 천주에 불과했다. 전체 주식수(289만4000주)의 60.47%인 175만주를 대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자로 내달 24일 신주 231만여주가 상장되면 총 주식수가 520만9200주로 늘어나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무상증자를 하게 되면 주가가 싸보이는 '착시효과'도 생긴다. 예컨대 주가가 1만원인 기업이 100% 무상증자를 할 경우 5000원으로 주가가 조정된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낄수 있다. 최근의 액면분할 러시도 무상증자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 들어 제일기획 보령제약 대원전선 아남전자 남영비비안 트라이브랜즈 등 총 23개 상장사가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곳이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과 견줘 65% 가량 늘었다. 무상증자와 달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의 대형사가 대부분인 것도 눈에 띈다.

이는 주가가 비싸 평소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기업들이 주로 액면분할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10개씩 묶어 1000원에 팔던 물건을 낱개에 100원에 팔면 더 잘 팔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주식을 분할도 하기 이전에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이 상당수다.제일기획은 지난 2월 23일 액면가 5000원짜리 보통주 1주를 200원짜리 25주로 나누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이달 9일까지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13% 상승했다. 30만원을 웃도는 이 회사 주식은 내달 10일 액면분할돼 약 1만2000원(추정액)에 거래될 예정이다.

성안 트라이 남영비비안 SG위카스 아남전자 대원전선 현대H&S 등은 액면분할 결정 이후 이상급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무상증자와 액면분할 같이 주식수 증대가 주가에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늘어난 주식이 수급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상증자의 경우 주주들에게 공짜로 신주를 나눠주기 때문에 주주친화적 정책이라 볼 수 있다"면서도 "왼쪽 주머니(이익잉여금)에 있는 돈을 오른쪽 주머니(자본금)로 옮긴다고 돈의 절대적 금액이 늘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이 연구원은 이어 "펀더멘털의 개선 없이 수급만으로 오른 주가는 결국 제자리를 찾게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