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40대 재무설계 : 늦지 않았다

'버는 돈' 20~30%는 다른데 쓰지말고 은퇴자금으로 모아야
노후자금 얼마나? 은퇴하기 前소득의 70%면 충분
연금.퇴직금만 잘 활용해도 절반 마련
나머지 돈은 미리미리 준비해야…월급의 20% 개인연금이나 펀드에
40대는 라이프 사이클에서 '재산의 형성기'라고 할 수 있다. 10년 이상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금융자산(예금,펀드,채권,보험 등)과 부동산(내집 또는 전세금) 등 자산과 대출이 있어 제법 모양새 있는 재정 상태표를 그릴 수 있다. 이 시기에 발생하는 재무 이벤트로는 주택규모 확장,자녀교육비 마련,노후자금 마련 등이 꼽힌다.

30대에 제대로 된 재정관리를 한 이후 40대를 맞이했다면 좀더 수월한 노후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재정상태가 악화된 상태에서 40대를 맞이한다면 노후준비는 굉장히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쑥쑥 크는 아이들의 교육비는 점점 늘어만 가고,가까스로 마련한 집의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도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월급에 비해 늘어만 가는 생활비와 신용카드 결제액에 대한 부담으로 노후준비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십상이다. 이미 노후를 준비하기에는 늦어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시작해도 충분하다

40대는 노후준비를 하기에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다. 여러 가지 돈 들어갈 때가 많은 세대임에 틀림없지만,여전히 돈이 들어오는 밀물의 시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신에게 흘러올 돈은 대략 얼마나 남았는가. 당신이 65세까지 수입활동을 한다면,'(65-당신의 나이)×매월 수입×12개월' 이 당신에게 흘러올 돈이다. 가령 당신이 45세이고 매월 250만원을 번다면 당신에게 흘러 들어올 돈은 6억원이다. '6억원뿐'이 아니라,'6억원이나' 된다. 40대들은 지금만큼 돈관리를 제대로 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시기는 없다는 역발상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게 좋다. 지금 벌어들이는 수입만 지혜롭게 잘 활용해도 재정적 삶이 평탄할 것으로 확신한다. ◆40대 250만원은 60대 967만원과 같다

40대에는 욕심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40대 초에 받는 250만원의 월급은 60대 초에 받는 967만원의 연금(연 7% 복리수익률 가정)과 같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인해 노후를 보내는 시간은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은퇴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빨리 은퇴준비를 해야 한다. 바쁜 마음에 서두르다보면 노후에 수억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은퇴자산은 집 구입자금처럼 몇억원을 단숨에 마련해야 하는 총액 개념이 아니다. 은퇴 이후 필요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알찬 준비가 가능해진다. 은퇴자산이 필요한 시점은 은퇴 이후 수입이 끊어지는 시점부터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장기다. 따라서 단기적인 목돈마련식 접근법과는 달라야 한다. 돈이 필요한 시점에 내 수중에 돈이 있어야 돈 걱정없이 살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필요자금의 20%를 충당

사람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돈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서는 은퇴 전 평균소득의 70% 정도를 마련하면 된다. 노후에는 의료비가 증가하겠지만 교육비나 주택을 위한 지출과 여타 저축과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퇴 전 소득의 70%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면 은퇴 전 소득의 70%를 어느 상품으로 조달할 수 있을까. 여기서 가장 먼저 감안할 요소가 매달 꼬박꼬박 불입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물론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적인 근속 기간과 국민연금 납부 기간을 고려한다면 국민연금으로 은퇴 전 소득의 상당액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국민연금이 추구하는 소득대체율인 40%는 가입자가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 납부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는 보통 26세에서 54세까지 평균 27년을 근무하고 78세까지 24년의 노후를 보낸다. 이런 전제에 따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2.8%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평균적인 소득을 가진 국민연금 가입자가 은퇴 후 기대할 만한 소득대체율은 20%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은퇴 후 필요한 70%자산 중 20%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조달하겠다는 생각으로 국민연금을 은퇴자산으로 유지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일반 금융상품에 비해 저렴한 금액으로 기초적인 은퇴준비를 가능하게 해준다. 연금지급액을 산정할때 소득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간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물가상승 위험을 극복할 수도 있다.

◆필요자금의 15~20%는 퇴직금으로

물론 국민연금도 약점은 있다. 다름아닌 가입자가 사망하면 노령연금이 중지된다는 점이다.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면 원금조차 건지지 못할 위험이 있다. 역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높아진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퇴직금 또는 퇴직연금을 다른 곳에 전용하지 않고 은퇴자산으로 꾸준히 유지한 경우에는 은퇴 전 소득의 15~20% 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 주택 마련,자녀교육비,자녀결혼자금 등으로 퇴직금을 전용하지 말고 퇴직금만큼은 본인의 노후를 위한 은퇴자산으로 별도로 분리해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금만 잘 활용해도 은퇴 전 소득의 35~40% 정도,목표(은퇴 전 소득의 70%)의 절반 정도를 마련하게 된다. 개인연금에 가입하는 등 개인적인 은퇴준비를 서두르기 전 자신의 수입 중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수입의 9%)과 퇴직금(퇴직연금-수입의 8.3%)에 노후를 위해 적립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머지 30~35% 자금은 미리미리 준비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제외한 나머지 30~35%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연령에 따라 수입의 몇 퍼센트를 노후준비를 위해 저축하는 게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수입의 얼마를 은퇴 이후를 위해 저축해야 할지 궁금해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만든 산식이 바로 '연령대별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다. 현재 나이에서 개인적인 노후준비를 처음 시작한다고 할때 수입 중 얼마를 저축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한다. 이 산식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현저히 높아진다. 나이가 많을 때까지 개인적인 은퇴자산이 전혀 없다면 코앞에 다가온 노후를 위해 수입의 상당액을 노후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나이가 젊을수록 현재 수입 대비 은퇴저축비율은 낮아진다. 만일 당신 나이가 40세이고 현재 국민연금과 퇴직금만 갖고 있다면 40세 월급의 20% 비율만큼을 개인적인 연금,펀드 등에 저축 및 투자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매월 적립하는 은퇴자산 저축액이 위의 비율에 적합한지를 비교해 보자.은퇴자산 저축비율만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훨씬 적은 금액만 은퇴자산으로 배분하고 있는가. 40대에 있는 당신이 노후준비를 하며 꼭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고득성 SC제일은행 삼성동 PB센터 부장 deukseong.go@scfirstba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