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자유는 거저 얻는게 아니다"

백발의 노인 수십명이 12일 오전 미국 워싱턴DC의 웨스트포토맥공원 링컨기념관 부근에 위치한 한국전참전기념비 앞에 모여들었다. 가슴에는 훈장을 단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전 주한 미국대사,전 한 · 미연합사령관,한국전 참전 용사회 소속 전직 군인 등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이곳에 있는 한국전참전기념비 헌화 행사를 갖는 데 동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6년 서울시장 시절과 2008년 4월 방미했을 때도 이곳에 들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대통령의 단골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번 이 대통령의 참배는 여느때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6 · 25전쟁 60주년을 맞아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미국도 한국전 60주년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참배 내내 이 대통령과 동행했다. 참전 용사 출신 전 · 현직 의원들도 함께했다.

백발의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당시를 회고하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이들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나라에 와서 생명을 걸고 싸웠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사한 미군 장병만 3만5000여명이다.

이 대통령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헌화 후 참전 용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올해가 6 · 25전쟁 60주년인 만큼 우리 정부는 참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 중"이라며 "여러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한 · 미 관계를 명실상부한 21세기 전략 동맹으로 심화 ·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국내 상황은 이 대통령의 이런 다짐과 사뭇 다른 것 같다. 반미 구호가 낯설지 않다. 그런 구호를 외치는 젊은 세대가 6 · 25전쟁을 제대로 인식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한쪽에서만 약 230만명이 희생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지.친미,반미를 떠나 국군과 미군의 희생 아래 자유민주주의의 터를 닦았다는 사실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참전기념비 문구엔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고 적혀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이들의 고귀한 피땀 위에 이뤄졌다는 점만은 기억해야 한다.

홍영식 워싱턴/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