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경영書] 시음 테스트 성공했는데…'투명한 콜라'가 실패한 까닭

경영자 VS 마케터
알 리스, 로라 리스 지음 / 흐름출판 / 2010년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뉜다. 그리고 양쪽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

경영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좌뇌형이 많다. 논리적이고,말하는 것을 좋아하고,분석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다. 반면 우뇌형은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각적인 것을 선호하고,직관적이고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다. 결과적으로 좌뇌형 경영 리더와 우뇌형 마케팅 리더 사이에는 큰 장벽이 놓여 있는 셈이다. 화성에서 온 경영자,금성에서 온 마케터라 할 만하다. 예컨대 경영자는 현실을 중시하는 반면 마케터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현실 중시형 상품의 실패 사례로는 코카콜라의 뉴코크와 펩시의 크리스털 펩시가 꼽힌다. 두 상품 모두 출시에 앞서 수많은 고객 조사와 시음 테스트를 거쳤다. 현실을 중시했다. 하지만 뉴코크는 콜라 특유의 톡 쏘는 맛을 줄이고 단맛을 더했다가 코카콜라 팬들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쳤고,크리스털 펩시는 투명하게 만들었지만 콜라는 적갈색이라는 인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식은 현실과 관계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싼 가격에 팔면 마케팅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은 전형적 좌뇌형 사고다.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중시하는 우뇌형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경영 리더들이 브랜드를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브랜드에 열광한다. 하지만 우뇌형 마케팅 리더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제품과 브랜드보다 제품 카테고리를 우선시한다. 통상 경영 리더들은 욕심이 많다. 그들은 평생 가는 단골을 만들려고 애쓴다. 하지만 떠나야 할 때가 되어 떠나는 고객을 붙잡는 데 집착해서는 안 된다. 10대들은 스와치 시계를 차고 다닌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면 세이코를 찬다. 대학 졸업 기념으로 롤렉스를 선물 받을 수도 있다. 젊은 아가씨들은 갭에서 옷을 살 것이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메이시로 간다.

대중 시장보다는 표적 시장을,소비자의 모든 말을 듣기보다는 단 한마디를 중시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세계적 마케팅 구루인 필립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은 하루면 배울 수 있는 학문이다. 그러나 달인이 되려면 한평생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마케팅을 일반적인 상식이라는 발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