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원자재 급등, 자원투자로 풀어라

환율안정·미래시장 선점 일거양득
정부·수입업자 정보교류도 절실
원자재 수입가격이 18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원자재 소비대국들 간의 원자재 확보경쟁은 매년 초 공급선과의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올해는 원자재 투기 자금까지 가세해 국제가격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완제품의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의 총수입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고,원자재의 해외의존도가 96%에 이르는 실정인 만큼 원자재 수입가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최근 철광석 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아이언 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선박,가전제품,강구조물,강관 등 모든 제품 가격이 도미노처럼 상승한다. 니켈도 주요 생산업체의 파업과 스테인리스 스틸 수요 증대로 국제가격이 크게 뛰고 있다. 우리나라 펄프 수입물량의 30%를 공급하고 있는 칠레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 등으로 종이값도 상승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철광석 86%,고철 65%, 구리 95%, 니켈 150%, 알루미늄 70%, 천연고무 70%, 펄프는 64%나 올랐다.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올 2분기에 겪게 될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 제품 원가가 높아져 완제품의 수출가격 상승 압박을 초래하며 이러한 비용 증가는 물가 상승도 낳을 수 있다.

한국수입업협회에서는 원자재의 해외공급선 확보와 수입선다변화를 위해 매년 5~7회 구매사절단을 파견한다.

지난달 터키에 파견된 KOIMA(한국수입업협회) 구매사절단은 한 · 터키 FTA 협상을 개시하는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광물자원 공급선을 확보했다. 또한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30개의 주요 원자재 수입가격(KOIMA지수)을 조사, 발표하고 있다. 정부나 업계에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어 이를 70여개 품목으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협회 산하의 50여개 품목별 분과위원회 활동과 원자재 수입을 위한 별도 법인을 설립해 원자재 확보에 직접 나서고 있다. 수십년간 구축한 세계 현지 네트워크 및 전문성과 함께 협회의 공신력으로 우량 해외거래선을 확보해 앞으로 5% 정도 원자재 수입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무역수지흑자로 유입된 외화 중 막대한 금액을 해외 원유나 광물자원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약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가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환율하락 우려 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넘치는 외화유동성의 적절한 관리방안으로 원자재확보와 개발분야에 투자금액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환율 안정뿐 아니라 불안정한 국제 원자재시장에서 자원확보를 통한 미래시장을 선점한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원자재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정부 및 관련 공기업의 노력 증대와 아울러 민간수입업자들과의 입체적 협력 및 정보교환이 보다 바람직하다. 정책면에 있어서도 주요 원자재의 경우 무관세 또는 즉각적인 탄력관세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야한다. 장기계약이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에 바람직한데도 환리스크로 인해 섣불리 계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오는 7월께로 예상되는 한국무역보험공사(기존 한국수출보험공사)로의 재출발을 계기로 주요 원자재 수입 여신 확대와 환변동 보험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재 적기 확보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의 도입은 한 국가의 힘을 키워주는 요인이다.

이주태 < 한국수입업협회장 / 미도교역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