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1부 중화부흥] (3) 대형 국영기업은 무늬만 글로벌

(3) 거티후에서 글로벌기업으로
포천 500대기업 37개社중 36곳 은행·에너지 등 내수주력 국영기업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중국 기업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체는 사실상 하나도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만수 연구위원)

중국의 부상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미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의 숫자다. 지만수 연구위원은 "중국은 지난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전년보다 8개 늘어난 37개 기업을 진입시켰지만,샤강철강을 제외한 36개사가 국영기업으로 대부분 은행 에너지 통신 해운 교통 등 내수가 주력인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나라가 크다보니 덩치(매출)가 클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문형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도 "진정한 글로벌 기업은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으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며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한 중국 기업에서는 아직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을 찾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시장(민영경제)이 정부의 힘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힘든 토양"(이문형 연구위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은 시장의 힘이 커지면 정부가 이를 억누르고 너무 위축되면 다시 키우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며 "정부와 시장의 갈등구조가 글로벌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의 시장지배력은 확대되고 민영기업의 지배력은 축소)현상이 심화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영기업 중량그룹이 민영 우유업체인 멍뉴를 사들인 것이나,9월 우량 민영기업인 르자오철강을 적자를 낸 국영기업인 산둥철강이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민영기업인 둥싱항공이 국영 에어차이나의 인수를 거부한 뒤 파산하는 등 민영 항공사들의 퇴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국진민퇴의 배경으론 △금융위기로 내수에 전념하고 있는 국영기업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민영기업이 더 큰 타격을 받은 데다 △경기부양책이 국영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에 집중돼 있고 △은행 대출도 국영기업에 몰렸으며 △지난해 발표된 10대 산업발전계획을 통해 대형 국영기업 주도의 인수 · 합병(M&A)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는 것 등이 꼽힌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이 연구위원은 "지리자동차처럼 민영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이 나오고는 있지만 글로벌 500대 기업에 들 만큼 덩치 크고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이 많이 나오려면 국진민퇴 극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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