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1부 중화부흥] (4) 3不問 '자원포식'…미얀마선 고속철 깔아주고 리튬 받아

(4) 거침없는 자원사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정상회담 참석차 브라질에 도착했다. 세계 언론은 후 주석의 '중남미 자원 외교'라는 측면에서 주목하고 있다. 후 주석의 브라질 방문 바로 전날인 지난 13일 중국 2위의 석유업체 시노펙은 미국 코노코필립스로부터 캐나다의 샌드오일 업체인 신크루드 지분 9%를 4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중국개발은행(CDB)과 브라질의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간에 100억달러짜리 추가 '오일차관(원유로 갚는 차관)' 계약이 맺어질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CDB는 지난해에도 페트로브라스에 100억달러 오일차관을 제공했었다. UPI통신은 "베네수엘라와 칠레는 중국과 심해유전 개발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중국이 중남미와 자원동맹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자원 인수를 위한 중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05년 이후 해외 자원기업의 지분 인수에 투자한 돈만 640억달러다(블룸버그통신).장기차관이나 도로건설 대금으로 받는 자원은 제외한 금액이다. 올 들어서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아르헨티나 원유회사인 브리다스의 지분 50%를 31억달러에 사들였다. "자원 인수에 관한 한 '3(지역 · 가격 · 결제방식)불문'의 포식자"(박승호 베이징 스콜코보연구소장)라는 평가가 지나치지 않다. 천밍 홍콩 중국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자원 확보는 중국 대국굴기의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자원 확보는 혁명을 위한 것"

지난해 5월29일 헤이룽장성 따칭 유전.후 주석은 유전 노동자들과 손뼉을 치며 '철인(鐵人)의 발자취를 따라 나가자.혁명을 위해 석유를 찾자'는 노래를 불렀다. 철인은 중국 최초의 '유전 탐사 노동자' 왕진시다. 중국 석유연감은 '왕진시가 판 땅은 7만1000m에 달하며,따칭 유전 발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적고 있다. 중국 근대사에서 유일하게 철인 칭호가 붙은 사람이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은 제2,제3의 왕진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후 주석을 비롯 원자바오 총리와 저우융캉 정법위원회 서기 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3명이 차례로 아프리카를 방문,자원외교를 펼쳤다. 상무위원 9명이 지난해 방문한 나라는 60개국이 넘지만,남미 중앙아시아 등 자원확보 전략 지역으로의 발길이 훨씬 잦았다.

자원인수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통화팽창 리스크를 키우는 외환보유액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오일차관'이나 '현물 결제'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중국은 러시아에 250억달러의 차관을 장기 저리에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내년부터 20년간 하루 원유 30만배럴씩을,브라질에는 108억달러를 빌려주고 올해부터 10년간 매일 원유 20만배럴을 공급받는다. 작년에 이렇게 약속한 오일차관만 455억달러에 달한다(한국석유공사).한국의 지식경제부가 올해 목표로 잡은 사상 최대 규모의 민관 해외자원 투자액(120억달러)의 3.7배를 웃돈다.

중국은 또 미얀마와는 고속철도를 건설해주는 대가로 현금 대신 리튬을 받기로 올해 초 합의했다. 자원확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것은 인수가에서도 잘 나타난다. 작년 6월 시노펙의 스위스 원유 탐사업체 아닥스 인수 금액은 주당 2.8달러로 총 72억4000만달러나 된다. 당시 아닥스의 1개월 평균주가보다 40%가량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아닥스는 앙골라 이라크 등에 유전을 갖고 있다. ◆커지는 '자원 제국주의' 논란

중국은 원자재 현물시장에서도 가격 결정력을 키우고 있다. 하나은행 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철광석 물동량 중 중국으로 유입된 물량 비중이 68.8%를 차지했다. 세계 석탄 물동량에서도 중국의 수입물량 비중은 작년 10.7%로 전년보다 8.5%포인트 증가했다. 원유도 9.5%로 1.4%포인트 늘어났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는 자국이 보유한 희토류 등 희귀자원의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짐 무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경기부양과 희귀자원의 수출 통제로 중국의 원자재 가격 결정권이 강화되고 있다"며 "21개 원자재 가격으로 구성된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사실상 중국이 방향성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시장의 중국 중심 재편은 당분간 지속될 것"(박 스콜코보연구소장)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36%를 넘는 데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석유와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는 목표를 정해가며 전략물자로 비축하고 있다. 장리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정치자문기구) 위원은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치협상회의)에서 "외환보유액으로 해외 에너지 탐사기금을 조성해 주요 원자재의 비축 목표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관련된 자원 갈등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철강협회는 이달 초 철광석 가격 100%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호주 리오틴토 등 3대 메이저업체로부터 3개월간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구매력을 이용해 40년간 유지해온 철광석 업체의 가격담합체제를 흔들겠다는 생각이다. 호주 정부가 중국 차이날코의 리오틴토 인수를 불허하는 등 중국의 자원독식에 대한 국제적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중국이 수단과 기니 등 인권탄압 국가를 지원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데 대한 서방의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통제가능한 자원의 양으로 보면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위샹동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며 '중국의 자원 제국주의론'에 강력히 반발한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지난달 양회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아프리카 석유 총량의 13%지만 유럽과 미국은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역공을 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