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졸보기] 135. 짝을 이뤄 쓰이는 말

‘자칫 (잘못하면) ~하기 쉽다’

우리말 표현법에서 숙어처럼 짝을 이뤄 쓰이는 말(구조어)은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문장 성분 간의 호응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구조어를 잘못 처리해 문장이 어색해지는 경우는 대개 그 용법을 몰라서라기보다는 '쓰는 내용'에 몰두한 나머지 표현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음 예는 이런 함정에 빠져 문장이 자연스럽지 않게 된 것들이다.

가) 자칫 불량품이 나오지 않게 끝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나) 이는 중국인과의 무역협상에서 신용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다) OO증권은 이런 분석결과로 미뤄 무디스 실사단이 방한한 이날부터 짧게는 12월 초까지,늦으면 내년 1월 초까지 주식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문 가)에서 '자칫'은 본래 '자칫 잘못하면'으로 쓰이는 말이다.그 뒤에는 '~하기 쉽다' '~하게 된다' '~하기 마련이다'와 같은 말이 올 때 자연스럽다.

이때 '잘못하면'은 생략해서 쓰기도 하므로 '자칫 ~하기 쉽다(하게 된다,하기 마련이다)'도 같은 말이다.

즉,'자칫'이 홀로 쓰일 때는 '잘못하면'이란 부정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므로 그 뒤에 다시 부정어가 오면 어색해진다.따라서 예문은 '자칫 (잘못하면) 불량품이 나오게 되므로(또는 나오기 쉬우므로) 끝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로 써야 바른 표현이다.

나)에서 '얼마나'는 의문사다. 따라서 이 말을 받는 어미 역시 추측이나 의문을 나타내는 '-ㄴ지'가 와야 한다.

예문에서는 서술형 어미인 '얼마나 중요하다'로 연결돼 어울리지 않게 된 것이다.

'~신용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로 써야 한다.

또는 예문과 같이 쓰려면 의문사를 빼고 '~신용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처럼 표현해도 된다.

다)에서는 '짧게는~ 늦으면~'으로 연결된 부분이 어색하다.'짧게는' 뒤에는 '길게는'이라는 대구 형식이 와야 자연스럽다.

더구나 '늦다'라는 말은 '기준이 되는 때에 뒤져 있음'을 뜻하는 말이므로 의미상으로도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