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시장에도 봄…"장타 드물지만 일감찾기 수월해졌어"

서울 남구로·영등포, 성남 두리인력센타 새벽 르포
3월중순 이후 공사 많아져 6시이전에 거의 갈곳정해 떠나
"관공서 일 시작되면 더 나아질 것"
"봄이 오면서 일감도 따라온 거 같아.3~6개월짜리 '장타'는 드물지만 하루 이틀짜리 '단타' 일거리는 괜찮게 나와."

15일 새벽 5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동에 위치한 직업소개소 '두리인력 · 파출부센터'.이곳에서 만난 박상학씨(42)는 이달 들어 일감 찾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며 웃었다. "지난 겨울에는 두 번에 한 번씩 허탕쳤는데 3월 중순부터 벌이가 좀 풀린 거 같아."새벽 인력시장에 봄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취업시장 전반에 온기가 퍼진 것은 아니지만 소규모 건설일용직,철거,청소,미장,목수,전기시설 등 바닥경기를 보여주는 새벽인력 시장에 몇 년 만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7000명 증가했다는 지난 14일 통계청 발표와 맥을 같이한다.

'두리인력 · 파출부센터'의 분위기는 작년 이맘 때와 완전히 달랐다. 이날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온 130여명은 모두 일감표를 받아들고 차에 올랐다. 두리인력의 김두일 대표는"오늘 온 사람은 6시 전에 모두 일감표를 줄 수 있다"며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시간 뒤.김 대표의 말대로 구직자로 북적거리던 사무실은 텅 비었다.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역 앞 광장에서도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5시10분께 100여명으로 불어난 인부들은 6시가 되기 전 일터로 가는 승합차에 올랐다. 작년부터 일용근로를 하고 있다는 목수 기능직 이동영씨(47)는 "지금 7만원짜리 일 나간다"며 손인사를 했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가게 인테리어 공사가 많아졌어."국내 최대 규모의 인력시장을 자랑하는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사거리 곳곳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매일 5~6개 직업소개소가 이곳에서 500명을 알선해준다. 이날 모인 600여명 중 60여명만 일자리를 못 구했다. 절반 이상이 빈손으로 돌아갔던 작년에 비하면 분위기가 훨씬 호전됐다. 강봉진 한성인력개발 대표는 "이달 말께 관공서 쪽에서 공사를 시작하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인부들을 찾아다녔던 예전보다는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 3곳의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30~50대로 20대는 찾기 힘들었다. 오전 6시30분께 어렵사리 만난 권종혁씨(26)는 "한 달 전에 친구 두 명과 함께 시작했는데 다들 힘들다며 그만두고 혼자 남았다"며 "이달 말까지 이곳에서 생활비를 모은 후 다시 구직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벽시장의 일용직 일당은 6만5000~7만원 수준이었다. 김명훈씨(45)는"수년째 변동이 없는 일당이지만 이것도 다행"이라며 커피를 마셨다. 미장,목수,전기 등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기능직은 11만~13만원으로 단순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보다 일당이 2배가량 높았다. 이 일당에는 구인자들이 직업소개소에 내는 10%의 중계료가 포함돼 있다.일부이긴 하지만 남구로역 사거리에선 일감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일당이 적다''현장이 멀다' '먼지가 너무 많이 나는 곳 아니냐'는 것.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던 전기기술자 이근일씨(46)는 "경기가 더 나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정말 바란다"며 문을 나섰다.

최진석/임현우/이현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