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파격임금제 도입…'무임승차' 쫓아낸다

2년연속 D등급 퇴출 유도
성과급·임금인상도 차등화
1년 진통끝에 노사합의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민간 기업을 능가할 정도의 파격적인 성과형 임금제를 도입키로 해 화제다. 석유공사는 대우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강영원 사장이 이끌고 있다.

◆2년 연속 D등급 사실상 퇴출석유공사가 도입한 성과형 임금제는 조직 내 성과가 저조한 사람과 무임승차자의 기본급과 성과급을 대폭 깎아 퇴출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간부급 직원만이 아니라 노사 합의를 통해 사장과 임원을 제외한 1300여명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적용된다.

우선 전 직원을 'S(5%)-A(20%)-B(50%)-C(20%)-D(5%)'의 5등급으로 나눈다.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해 5%의 직원은 매년 D를 받는다.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직원은 '성과관리 개선 대상자'로 분류돼 다음해부터 기본급이 삭감되고 성과급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D등급을 계속 받을수록 기본급 삭감폭이 커진다. 가령 올해와 내년에 연속 D등급을 받은 직원은 2012년에 기본급이 10% 깎인다. 만약 이 직원이 2012년에도 D등급을 받으면 2013년 기본급은 20% 삭감,2013년에도 D등급을 받으면 2014년 기본급은 50% 삭감된다. 사실상 퇴출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기본급이 10~20%만 삭감돼도 퇴직금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며 "무임승차자를 퇴출시키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과급도 차등화

단 한 해만 D등급이어도 당장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성과급 차등폭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매년 두 차례 지급되는 성과급(기본급의 최대 500%) 적용 때 1~3급(처 · 실장,부장)의 경우 ±300%,4~8급(과장 이하)은 ±200%의 차등을 둔다. 500%의 성과급이 나올 경우 S등급은 800%를 받지만 D등급은 200%밖에 못 받는다는 것이다. 중간에 있는 A,B,C등급도 각각 650%,500%,350%로 성과급이 차등화된다. 기존에는 1~2급인 처 · 실장에 대해서만 ±65%의 차등을 뒀지만 이번에 성과급 적용 대상과 차등폭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년가량 근무한 3급 부장의 경우 기본급과 성과급 차이를 감안하면 연봉 격차가 최대 3000만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금인상률도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노사가 기본급 인상률을 2%로 정할 경우 S등급은 2배인 4%,D급은 0%가 적용된다. A~C등급은 2%를 받는다. 등급평가는 팀별 · 개인별 평가가 병행된다. ◆노사 합의로 시행

석유공사는 공기업에 퍼져 있는 고질적인 '연공서열식 진급'과 '나눠먹기식 보수체계'를 깨고 생산성 제고와 글로벌 석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도입 과정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다. 2008년 말부터 1년 넘게 진행된 노사협상 기간에 노조가 사측을 노동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노사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노사가 찬반투표 실시에 합의했고 근소한 차이로 통과됐다. 이번 성과형 임금체계는 민간기업 CEO 출신인 강 사장이 주도하는 조직 혁신의 연장선이다. 그는 올 들어 노조 탈퇴 시 불이익을 주는 유니언숍 제도를 철폐한 데 이어 공기업 중 최초로 다국적 석유기업 출신의 외국인 2명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