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서프라이즈] 한국도 생산·투자·고용 봄바람…올해 6% 성장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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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지표 급속 개선"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
중국의 1분기 성장률(11.9%)이 예상을 넘는 '서프라이즈'로 나오자 국책 및 민간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내부 경기지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대외변수들은 경제를 짓누르는 악재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성장률 전망치를 섣부르게 올릴 수가 없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의 경기회복세에 탄력이 붙으면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점차 가시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연간 6%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빠르게 개선되는 경기지표생산 소비 투자 등 경기지표는 지난 1월 일시적인 부진을 보였다. 환율하락,유가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2월부터는 뚜렷한 회복세로 돌아섰다. 반도체(10.9%) 자동차(10.5%) 등 주력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증가세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데다 재고조정이 작년 연말로 어느 정도 마무리된 효과 때문이다. 수출호조도 가세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지난 2월 80.5%로 2008년 4월 이후 처음 80%대를 회복했다. 소비자심리지수(CSI)등 심리지표도 급속히 개선되는 흐름이다. 물가도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안한 요인이 있긴 하지만 일부 생활필수품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2%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고용지표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고용은 경기회복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하지만 2월부터 기업의 투자확대에 따른 민간 부문 일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전체 고용시장 개선을 이끌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지표도 좋아지는 추세로 바뀌면서 경기회복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지금 경기는 이미 회복 초기단계를 넘어 계절로 표현하면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한 단계'까지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1분기 '서프라이즈' 기대
빠른 경기지표 회복에다 대외여건도 개선되면서 이달 말(27일)에 나올 1분기 성장률 속보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연구기관들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 보고한 '최근 경제동향 점검' 자료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생산 및 내수 호조 등에 힘입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작년 말 제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0.8%,전년 동기 대비 7%였다.
민간 연구소들은 정부가 성장률을 전기 대비 기준으로 1.5% 안팎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미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5.2%로 상향조정하면서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6%,전년 동기 대비 7.5%로 올렸다.
연간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선 현재 5% 안팎이 평균이다. 하지만 속속 상향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데 이어 KDI는 다음 달 초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KDI 안팎에서는 현재 5.5%로 제시된 전망치를 6%대로 상향조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잇따라 전망치 상향조정에 나서는 분위기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IB들은 대부분 정부 전망치(5.0%)보다 낮은 4%대 초반을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4%대 후반으로 올리더니 지금은 정부보다 더 높게 잡은 상태다. 메릴린치(6.2%)와 BNP파리바(6.0%)는 이미 6%대로 높여잡고 있다.
◆IMF성장률 전망 상향될까
관심사는 오는 21일 발표될 IMF의 세계경제전망이다. IMF는 이번 전망에서 최근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점검하고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성장률 조정치도 제시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아 성장률을 전반적으로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IMF는 작년 12월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4.5%로 0.9%포인트 올려 조정했다. 하지만 올 1월 초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3.9%로 높이면서 한국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세계경제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한국경제 전망치도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최근 유럽을 제외한 주요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세인 가운데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기의 빠른 회복세가 세계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가 선진국 경기 이끌고 이것이 세계경제 성장률 상향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경제에도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