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Fun] 해외펀드는 좁다…물 건너온 역외펀드 관심

장기간 걸쳐 운용성과 검증
설정액 커 '규모의 경제' 가능
외화투자로 환차익 기회도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 투자 펀드에 대한 비과세 제도가 지난해 말 폐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역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를 염두에 뒀지만 세제 혜택으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펀드만 활용해 왔던 투자자라면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축 차원에서라도 역외 펀드를 주목해 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10년 이상 운용한 역외 펀드 주목역외 펀드란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운용되는 펀드를 말한다. 국내 설정 해외 펀드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국산'펀드라면 역외 펀드는 투자 대상 지역은 같으나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운용되는 '수입'펀드다. 특정 국가의 투자자가 아닌 전 세계에서 투자를 받아 운용하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이 역외 펀드에 가입하게 되면 세계 각국에 있는 투자자들과 함께 동일한 펀드에 가입하게 되는 셈이다.

역외 펀드의 가장 큰 강점은 장기간에 걸쳐 쌓아 온 운용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글로벌 운용사들의 역외 펀드는 보통 10~20년 이상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많다.

역외 펀드는 운용 규모가 국내의 해외 펀드에 비해 크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설정 해외 펀드는 1조원을 넘기는 몇 개의 펀드를 제외하면 80% 이상이 1000억원 이하의 소규모 펀드"라며 "역외 펀드는 대부분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이라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로 꼽힌다.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펀드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지만 역외 펀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과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 등 다양한 지역에 투자한다. 투자자가 직접 외화로 거래하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 통화가 필요하거나 외화로 자산을 관리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유용하다.

◆시장 상황 따라 환차익도 노린다

적극적으로 환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환율 및 시장 상황에 따라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고 환율 변동을 통한 수익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펀드 환매 후 원화로 환전할 때 발생하는 환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다. 물론 주식에서 아무리 수익을 많이 올렸다 해도 환율 예측이 빗나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때는 환매를 했더라도 투자한 통화가 원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면 당분간 계좌에 외화 상태로 예치해 놨다가 나중에 환전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역외 펀드들은 대체로 우수한 성과를 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1년간(13일 기준)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펀드는 '피델리티인도네시아A'로 138.71%의 수익을 냈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8.65%로 우수하다. 기준통화로 달러를 사용하는 이 펀드는 인도네시아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같은 기간 국내 해외 주식형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106.74%)를 압도하는 성과다.

'HSBC인도주식'펀드도 121.14%의 수익률로 뒤를 이었다. '피델리티인디아포커스A'(109.23%),'템플턴 동유럽A'(104.55%) 등이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반면 'DWS 미달러채권 펀드 LC'(-1.93%),'템플턴미달러유동단기금융'(-0.10%) 등은 저조한 성과를 냈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역외 펀드는 국내 해외 펀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투자하는 펀드지만 세제 혜택이 없어서 그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며 "이제 국내 해외 펀드와 동등한 위치에 선 만큼 해외 펀드에 투자하고 싶다면 역외 펀드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