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서 발 뺀 투기세력, 이번엔 포르투갈 '눈독'

낮은 저축률 등 '닮은꼴'…그리스 결국 IMF행 가닥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수순을 밟는 가운데 그리스와 닮은꼴인 포르투갈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투기꾼들이 그리스와 매우 흡사한 경제적 결점을 가진 포르투갈을 타깃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EU와 IMF가 그리스를 지원해주기로 하자 먹잇감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음 선수'로 여겨지는 포르투갈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만성적으로 낮은 저축률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에 의존해 재정적자를 메워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저축률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6%와 7.5%에 불과하다.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존 내 재정이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4개국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저축률이 각각 17.5%와 20%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포르투갈 정부가 올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은 약 240억유로로 그리스(550억유로)보다는 훨씬 적다. 지난 14일엔 국채 시장에서 20억달러를 별 무리 없이 조달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 피아이 이코노믹스의 팀 리 애널리스트는 "저축률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보다 한 국가의 부채 상환 능력을 더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포르투갈과 그리스는 GDP 성장률이 자금조달 비용(금리)보다도 낮기 때문에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안정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포르투갈은 그리스와 아일랜드,스페인과 달리 장기간의 성장세를 구가한 경험이 없고, 지난 15년 동안 1인당 GDP가 개선된 적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포르투갈 정치인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긴축'과 희생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그리스 구제안이 구체적으로 발표되면 시장의 불안감이 누그러지고 자금조달 비용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분위기다. 15일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7.3%대로 뛰었다. 지난 주말 구제금융안이 발표되기 직전의 7.5%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았다. 반면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로 급등했다. 올리 렌 EU집행위원회(EC) 경제 · 통화담당 위원이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추가 감축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 지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그리스 정부는 EC와 유럽중앙은행(ECB),IMF에 '다년도 경제정책 프로그램' 논의를 공식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리스 정부는 이 공문에서 "만일 그리스가 지원안 실행을 요청하면 유로존 회원국들과 IMF의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