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민심 외면한 '그들만의 공천'

2년 전 이맘 때 총선의 화제는 단연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공천 탈락과 친박연대 바람이었다. 김 의원의 낙마는 예상 밖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당선가능성이 높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공천 배제로 친이 측이 안을 정치적 부담도 컸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비교적 당내 평가가 좋았던 친박계 의원 몇 사람도 탈락자 명단에 올랐다. 박 전 대표는 "나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고 강력 반발했다.

낙천자들은 출마를 위해 당을 급조했다. 돈도 조직도 없었다. 가진 거라곤 '친박근혜' 라는 캐치프레이즈 하나뿐이었다. 그게 바로 친박연대다. 친박바람은 예상보다 거셌다. 13% 득표에 14석을 챙겼다. 친박연대가 선전해서가 아니라 친이계가 헛발질한 결과였다. 친이계가 차기 당권을 의식해 정략공천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 낙천한 친박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금배지를 단 반면 공천을 주도했던 친이계 핵심인사들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친이 측으로선 지우고 싶은 기억일 것이다.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6 · 2 지방선거도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가 약속했던 공천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사람 심기와 잠재적 경쟁자 자르기,당내 경쟁계파 죽이기 등 구태가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의원 두세 명이 한 명의 시장을 공천해야 하는 지역마다 조용한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2년 후 총선에서 자기에게 유리한 후보를 내세우려는 의원들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 의원 네 명이 한 명의 시장을 공천하는 모 지역에서는 의원 네 명이 둘씩 갈려 대립,공천심사위원회가 난감해하고 있다고 한다.

또다른 여당 지역에선 지역구 의원이 전국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장을 아웃시키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 시장이 이번에 당선되면 자칫 2년 후 총선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 공천할당제를 놓고도 뒷말이 많다. 여성표를 의식해 여성인사를 무조건 공천하라는 중앙당과 이에 반대하는 지역공심위가 충돌하는가하면 여성후보 전략공천이 확정된 지역의 의원이 반발,공천일정이 차질을 빚었다. 민주당은 더 심각하다. 공천개혁의 본보기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했다며 자랑했던 광주광역시장 경선은 자랑거리는커녕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불법 여론조사 시비에 경선불복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전남도지사 공천을 놓고 현 지사를 단수공천했다가 이를 사실상 철회하는 코미디상황이 벌어졌다. 민주당이 범야권연대의 전제로 군소정당에 제시한 양보지역을 놓고도 시끄럽다. 양보지역이 대부분 비주류 의원 지역이라는 점에서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다. 선거 직후로 예정된 당권싸움을 의식하다보니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여나 야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양 그들만의 공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의는 끼어들 틈새조차 없다. 이런 아사리판에서 공천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4기 시장 군수 중 40%가 각종 비리의혹으로 기소된 건 정치권의 잘못된 공천과 무관치 않다. 지방선거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에게 표를 달라면서 공천을 정략이 아닌 국민의 눈 높이로 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가.

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