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주가 급락…'골드만 쇼크'


원달러 환율이 주말에 발생한 '골드만 삭스 쇼크'로 19일 거래에서 큰 폭으로 오르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보다 7.8원(0.7%) 상승한 1118.1원에 마감됐다. 16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피소건으로 미 금융시장이 일제히 급락세로 돌아섰고, 이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강한 상승압력을 받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골드만 삭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주요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로 뉴욕 맨하튼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처럼 대외 분위기가 원화 약세에 우호적인 가운데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7원 상승한 1115원으로 출발한 뒤 역외세력 중심의 숏커버(팔았던 달러를 되사는 거래)가 유입되며 장중 1118원까지 치솟았다.이후 환율은 고점 매도를 노리는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으로 1116원대로 상승폭을 줄이기도 했으나, 국내증시가 다시 낙폭을 확대하면서 오전 11시9분 1118.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오후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1116원대로 내려와 거래됐다. 역외세력이 장 초반 숏커버에 나선 이후 매도 쪽으로 돌아선 데다 네고물량이 꾸준히 실리면서 환율 상승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막판 원달러 환율은 다시 위로 방향을 잡더니 오후 2시54분 1190원에서 장중 고점을 확인했다. 딜러들은 중국증시가 낙폭을 확대하자 투신사들의 비드가 들어왔고, 은행권 롱플레이가 가세하며 환율을 위로 끌어 올렸다고 전했다.이에 원달러 환율은 고점 근방인 1118.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날 종가보다 7.8원 높은 수준이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오늘 골드만 삭스 기소 여파로 비드가 많았다"면서 "삼성전자 배당금 역송금 수요로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았지만, 위쪽에서 네고물량이 꾸준히 실리면서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추세는 단기적으로 비드 우세 분위기로 지속될 것"이라며 "오늘 밤 뉴욕증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1120원대 흐름이 좌지우지될 듯하다"고 덧붙였다.다른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장 막판에 은행권 롱플레이가 나오면서 1119원까지 고점을 높였다"면서 "골드만 사태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회피가 나타나고, 이머징마켓에서 자금이 유출되면 원화는 약세를 나타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딜러는 "SEC가 다른 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번 파장이 다른 은행권으로 확대되면 시장에 네가티브한 영향력을 줄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는 미 금융개혁법안 등의 명분을 더욱 강화시키므로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시장참가자는 "이번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은행세 논의가 예정돼 있는 데다, 미 상원이 파생상품 투자 규제를 위한 금융개혁법안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골드만 관련한 이슈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주식시장은 미국발(發) 악재로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19p(1.68%) 하락한 1705.30을, 코스닥지수는 5.72p(1.13%) 내린 502.70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증시에서 79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환율 상승에 무게를 실었다.국제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뉴욕장 대비 하락한 1.3462를, 엔달러 환율은 92.92엔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