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주요의제 분석] (1) 은행세‥국제흐름 동참 '명분'에 단기외채 규제 '실리'까지

정부 '은행세' 도입 입장
G20의장국 자격…논의 주도
부채 가운데 일반예금 제외한 단기차입자금에 과세 유력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의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출국한다.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회의에 앞서 윤 장관과 1 대 1 미팅을 갖기 위해 잇달아 러브콜을 했다고 한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마지막날 발표될 커뮤니케(성명서) 문안을 의장국이 작성하도록 돼 있어 여기에 각국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은행세 도입 등 금융규제 개혁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무역 불균형 등 주요 현안이 모두 논의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부분 의제에 대해 각국의 입장이 달라 조율하고 결론 내기가 만만치 않다"며 "의장국으로서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G20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와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파장을 시리즈로 집중 분석한다.

오바마 택스(tax)라 불리는 은행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들에 책임을 물어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과는 사정이 크게 다르다.

하지만 은행세는 국내에도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G20 의장국으로서 주요국들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는 데다 환율 안정 차원에서도 은행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정책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은행세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와 금융계의 인식이다.

◆국제적인 흐름 따른다

은행세 도입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국제적인 흐름을 따른다'는 것이다.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은 "은행세 도입 총론에 대해서는 주요국 간 합의가 모아지고 있다"며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 출석해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G20 의장국으로서 국제적인 논의 흐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현실론도 자리잡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는 빈번한 외화 유출입에 따른 자금시장 교란이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적돼 온 만큼 차제에 이를 규제할 수단으로 은행세를 적극 활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을 막고 싶어도 지금까지는 국제적인 비판이 두려워 못했는데,은행세는 이에 대한 틀을 외부에서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어서 우리 입장에선 '울고 싶은데 빰 때려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세 도입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든 간에 우리 입장에서는 '꽃놀이패'"라고 덧붙였다.

◆국내 도입 가능한 형태는정부 내부에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은행의 '자산'이 아닌 '부채'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채 가운데서도 일반예금 등을 제외하고 단기 차입으로 조달하는 '비예금성 수신'에 은행세를 매기는 것이 유력하다.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외은 지점)의 단기 외화 차입이 일차적인 은행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은 지점 규제와 관련,"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장단기로 여러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외은 지점의 단기 외화 차입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혀 왔다. 국내 은행 총외채(1808억9800만달러)의 40%를 외은 지점이 차지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인식하고 외은 지점에 편중된 달러 공급을 줄일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그러나 금융권 해외 차입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수요자인 한국 기업들에 세 부담이 전가되거나,필요한 외화가 덜 들어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을 꺼려 온 것이다. 외은 지점을 겨냥한 규제책을 내놓을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세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정부는 '명분을 얻었다'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금융권의 차입금에 세금을 매기면 과다한 외화 차입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이고 금융시장 혼란 주범인 단기 자금 유출입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국내 은행의 외화채권 발행 등을 통한 외화 차입이나 콜 차입(은행 간 초단기 자금 차입) 등도 은행세 부과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일부 금융당국자들 사이에선 "너무 앞서나간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 구체적인 논의는 추후 이뤄질 전망이다.

강동균/이심기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