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실저축銀 돈 퍼부었지만

전북 최대 저축은행이었던 옛 전일저축은행이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경영악화로 금융감독원이 작년 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지 3개월여 만이다. 간판도 예나래저축은행으로 교체됐다. 부실자산은 모두 털어내고 우량자산만 모아놓은 가교은행으로 새 단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한 돈은 8000억원에 달한다. 1조원에 달하던 전일저축은행의 여신 중 50%를 부실로 판정한 데다 보험금 지급 등으로 3000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옛 전일의 자산 중 가교은행으로 넘어온 자산은 470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예금보험공사가 현금으로 채웠다. 이 결과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은 마이너스 3조원을 훌쩍 넘었다. 저축은행 1곳을 정상화하기 위한 비용으로는 최대 금액인 8000억원이나 퍼부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애초 전일의 정상화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증자 금액의 4배가 넘는 돈이 투입됐지만 예금자를 구제한 것도 아니고,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전일과 거래한 기업과 자영업자의 신용만 나빠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매각을 전제로 설립한 '가교은행'인 예나래 저축은행을 매각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500억원 안팎이다. 자본금 380억원에 영업권 프리미엄 정도를 더한 금액이다. 파산 재단으로 넘어간 부실채권 중 회수가능한 금액을 합쳐도 8000억원 중 고작 1000억~4000억원만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예나래는 과도한 현금성 자산으로 역마진을 우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옛 전일의 경우 대출모집인 등을 통한 수도권 지역으로의 대출이 전체 여신의 25%에 달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대체로 시 · 도 단위로 구분지어져 있는 해당 권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옛 전일이 수도권으로 영업 전선을 넓힌 것은 그만큼 전북 지역 내 산업 기반이 약하다는 증거다. 가교은행의 부실화와 가치하락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예보는 최근 전북저축은행(군산)과 으뜸저축은행(제주)의 자산을 계약 이전해 새로 설립한 가교은행인 예쓰저축은행을 매각하기로 했다. 예보기금 3700억원이 투입된 이 은행의 예상 매각가격은 200억원 안팎이다. 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놓고 가교은행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모색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호기 경제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