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쇼크' 증시 휘청…상승추세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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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직격탄…IT주도 약세
상승피로 쌓여 단기조정 가능성
"국내 영향은 제한적" 의견도
'골드만삭스 쇼크'가 19일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는 소식에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중 27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며 1700선을 간신히 지켰다. 금융규제 우려로 은행주가 동반 급락했고,정보기술(IT)주는 아이슬란드 화산재 여파로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상승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해외 악재가 불거져 단기조정을 예상하고 있다. 아직은 2월 중순 이후 상승추세가 유효하다는 낙관론이 우세하지만,신중론자들은 골드만삭스 충격이 글로벌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차 지지선으론 60일 이동평균이 지나는 1650선이 꼽힌다. ◆은행주에 직격탄
이날 코스피지수는 29.19포인트(1.68%) 떨어진 1705.30으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4%대 급락세를 보였고 대만,홍콩도 2~3%대 급락한 데 비하면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골드만삭스 피소 여파로 크게 떨어진 것에 영향을 받아 개장 초 26포인트 하락 출발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한때 1700선까지 밀렸다가 마감 직전 가까스로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은 730억원,기관은 81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개인만 1440억원 순매수했다. 수출주의 대안으로 주목됐던 은행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신한지주(-2.48%) KB금융(-2.09%) 외환은행(-2.83%) 하나금융(-2.12%) 등이 줄줄이 추락했다. 골드만삭스 이슈가 금융규제 강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경우 은행주 투자심리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황헌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골드만삭스의 부채담보부증권(CDO)과 관련이 없다"며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을 뿐 수익성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IT주들이 2~3%씩 떨어진 것도 눈에 띄었다.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유럽 물류망이 마비돼 IT주 피해가 예상된다는 분석 탓이었다. 대한항공(-3.41%) 하나투어(-5.40%) 등 항공 · 여행주도 급락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항공기 운항 지연이 며칠간 지속될 수 있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전망이어서 항공주나 IT 등 수출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1차 지지선은 1650선'골드만삭스 충격'은 연초 미 은행규제 쇼크보다는 강도가 약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21일 미 오바마 대통령이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2월 저점까지 코스피지수는 170포인트(9.87%) 급락했다. 다만 골드만삭스 개별 회사의 리스크에서 금융규제 전반으로 이슈가 확산될 경우 파장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순히 골드만삭스가 기소된 차원이 아니라 미 당국이 이를 계기로 금융규제 강도를 어느 수준까지 높이느냐가 핵심"이라며 "금융규제는 유동성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에 장기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도 "2008년 이후 미국 금융주와 코스피지수는 상관관계가 0.8에 이를 정도로 밀접하다"며 "추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터진 변수여서 뉴욕증시가 곧장 반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증시 조정도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호재 민감도는 낮아진 반면 악재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1650선까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금융개혁안은 파생상품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글로벌 주식이나 원자재 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이는 이머징 증시의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박해영/조진형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