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핵 폐기'가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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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핵정상회의 국제공조 필수한국이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됐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논의하게 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올해 말 개최와 함께 이제 한국은 새로운 핵비확산 체제를 창출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구한말 망국의 아픔을 겪었던 우리가 한 · 일 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해에 이러한 세계 정상회의들을 개최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비약적 발전을 실감케 한다.
평화적 핵주권 확보 노력 병행을
핵안보정상회의는 비핵화,핵확산 금지,핵안보 문제 등과 같은 민감한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탈냉전기 이후 가장 중요한 안보 모임이다. 이 회의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핵없는 세상'이라는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본격화됐다. 냉전 시기에는 핵보유국들이 비핵보유국들의 핵보유와 핵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이 두어졌다. 핵확산방지조약(NPT)이 그 대표적 협정이다. 그렇지만 데탕트 이후 핵보유국들의 적극적인 핵 폐기 노력 없이는 이 조약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근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하면서 수십t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발맞춰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폐기처분하거나 미국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핵문제처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사안에 여러 국가들이 합의점을 도출한 배경에는 9 · 11테러의 충격이 컸다. 핵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경우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 당장 핵 테러는 회복 중인 세계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뿐만 아니라 국제교역과 여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여파로 세계경제가 입고 있는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핵 테러 피해는 천문학적일 것이다.
이제 핵 테러 방지에 한국도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국민들,특히 경제인들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두 번에 걸친 북한의 핵 실험으로 인해 '북핵의 완전 폐기'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북핵 문제는 우리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가 회담 개최지로 선정됨으로써 북핵 해결의 당사자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게 돼 북핵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2012년은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대통령 선거가 있고,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해이다. 북한은 그 해를 강성대국 달성 공표 시기로 정해 놓고 있다. 매우 유동적 국제정세가 전개되는 시기에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핵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의 비확산이 아니라 '북핵의 완전 폐기'에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해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핵 폐기 압력을 더하기 위해 이 회담을 계기로 '6자회담'을 유럽과 여타 더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다자회담'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 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원자력 산업의 주도 국가로 부상할 수 있도록 그동안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사례를 널리 국제사회에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한 · 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한 우리의 '핵주권'을 확보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함은 물론이다.
핵비확산과 관련된 연구와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 우리의 국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글로벌 핵비확산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2년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회담을 착실하게 준비해 핵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김영호 < 성신여대 교수·국제정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