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마지막 유작 '엄마'…워싱턴국립미술관에 팔려

49재 때 공개된 작품…3억원 추정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1932~2006년)이 타계 1년 전 완성한 마지막 비디오 영상설치 작품 '엄마'(가로 80㎝ 규모)가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에 팔렸다.

이 작품은 2006년 3월18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백남준 49재 행사에 처음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21일 미국 워싱턴국립미술관은 백남준이 2005년 10월30일 오후 6시께 뉴욕 작업실에서 불편한 몸으로 서명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마지막 작품 '엄마'를 구입하기로 공식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은 12세기 이후 회화,조각 등 10만6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미국 최대 국립 전시공간으로 그동안 백남준의 종이 작품을 컬렉션한 적은 있지만 비디오 영상 작품을 구입한 것은 처음이다.

미술관 측은 작품 매입 가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다만 국제 경매시장에서 백씨의 1m 크기 작품이 통상 21만~25만달러에 거래된 점을 고려할 때 '엄마'도 이와 비슷한 가격에 팔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엄마'는 살구색 여성 모시 두루마기 안에 TV 한대가 들어있는 영상 설치 작품.일자형 대나무 옷걸이에 두루마기 소매를 끼워 넣어 팔을 활짝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두루마기 왼쪽 뒷자락 하단에 백남준이 꽃분홍색 유성펜으로 서투르게 적어넣은 친필 서명 'PAIK'가 새겨져 있다.

TV 화면에는 백씨의 초기 비디오 작품 '글로벌 그루브'(1974년)가 상영되고 있다.

알록달록한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꼬마 소녀들이 전통 춤을 추거나 공놀이를 하는 도중 '엄마'라고 한국말로 외치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백남준의 장조카 겐 백 하쿠타씨는 "'엄마'는 작가가 무척이나 사랑했던 작품으로 자신의 어머니나 고국 등 여러 가지를 상징한다"며 "19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두루마기는 뉴욕에서 휠체어를 타고 고미술상을 누비다 구입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미술계는 거장의 마지막 유작이 국내가 아닌 해외 미술관에 소장된다는 점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백남준의 마지막 작품으로 미술사적인 의미가 큰 만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대형 미술관에서 소장해야 하는 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술평론가 김윤섭씨는 "미국과 유럽 화단에서 백남준 작품을 컬렉션하는 것이 최근 추세"라며 "워싱턴국립미술관의 작품 구입을 계기로 한국어 '엄마'와 한국 정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남준은 최근 독일 잡지 <마나거 마가진>으로부터 앤디 워홀(1위),요제프 보이스(2위),솔 르윗(5위) 등에 이어 위대한 작고 현대미술 작가 10위로 선정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