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금융회사 투명성 높여야…G20가 '규제의 틀' 제시를"

G20 정상회의와 금융시장의 새 질서
토론
에드워드 프레스콧 교수의 기조연설에 이어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역할과 금융 개혁 방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 참석자들은 G20가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금융 규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토론에는 프레스콧 교수,주윈라이 중국 국제금융공사 회장,푸퓐더 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사장,황건호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참여했다.

▼어윤대 위원장=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금융 규제 개혁과 이를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이다.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은행의 일부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은행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푸퓐더 길 사장=은행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은행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힘을 얻고 있다. 이를 포함한 국제 수준의 금융 감독 방안에 대해 G20 정상회의에서 분명한 틀을 만들고 이행해야 한다.

▼프레스콧 교수=금융회사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은 누군가가 도박을 하다 잘못됐을 때 그에 따른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일을 막자는 얘기다. G20에서도 금융회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국제 공조를 이뤄야 한다. 다만 은행세는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업은행이 고객의 예금으로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주윈라이 회장=금융기관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신용부도스와프(CDS)나 부채담보부증권(CDO)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은 투명하지 않고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부분은 은행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을 일일이 규제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프레스콧 교수=금융회사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을 줄이자는 의미다. 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는 가급적 집을 짓지 말자는 말과 같다.

▼황건호 회장=금융 규제 방안을 논의할 때는 금융산업의 발전 수준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은 금융 부문이 많이 발전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으로 하기보다 금융산업의 발전 정도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푸퓐더 길 사장=규제를 적용할 때는 일관성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다. G20에서 일관성 있는 규제의 틀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어윤대 위원장=한국 은행들의 규모와 경쟁력은 아직 세계 수준과 차이가 있어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려고 한다. 국제적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 이 같은 노력이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프레스콧 교수=규모를 키우지 않더라도 은행은 다양한 형태로 경쟁할 수 있다.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대형 은행이 오히려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대형 은행은 경영위기에 처하면 정부가 구제해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도 쉽다.

▼주윈라이 회장=G20가 전 세계적으로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한다. G20를 통해 각국의 이해관계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이 나올 것이다. G20가 제시한 틀 안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