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파워-2부 대도약] (4) 고수들이 말하는 中비즈니스…'관시'는 강태공 처럼

31개 省·市는 개별국가나 마찬가지
"중국 비즈니스는 강태공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 중국에서 저가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춘우 카라카라 사장은 '기다림'이야말로 중국 비즈니스에서 잊지 말아야 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6년 중국에서 화장품 로드숍을 처음으로 개설,1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연간 8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사장은 "중국에선 '관시(關係)'가 중요하지만 정작 어떻게 관시를 맺을 것인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국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냄비처럼 금방 달아오르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꾸준한 접촉을 통해 펑유(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족 사업가로 성공한 송재국 백작원 회장도 "한국 사람들은 안면을 트고 난 뒤 곧바로 사업 이야기를 하거나 부탁을 하고,그것이 안 되면 연락을 끊어버린다"며 "중국 사람을 사귐에 있어 '만만디'(천천히)가 되지 않으면 진짜 친구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관시' 자체에 대한 오해도 많다. 게임기 공급 업체인 중록재선의 김근수 총경리는 "한국에서는 어떤 조직의 최고 수장을 통하면 일이 대부분 풀리지만 중국에선 다르다"며 "위와 아래를 두루 사귀어 놓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조직에서는 상하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통상 실무급에서 결재 서류를 만들어 올라오지 않는 한 윗사람이 먼저 지시하는 법은 거의 없다. 따라서 결재 서류를 작성하는 아랫사람이나,그것에 도장을 찍는 윗사람을 모두 사귀어서 친구로 만들지 않으면 사업을 위한 '관시'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재수 코이나정보기술 대표는 "중국에 대한 세세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중국은 31개의 성 · 시가 있는데 웬만한 성(省)은 한국보다 면적이 더 크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각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별개의 나라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한국에선 그저 중국의 일부로 생각한다는 것.

중록재선의 김 총경리는 "얼마 전 한국의 한 지인이 사람을 소개해 달라기에 그 조직의 수장인 '주임'을 소개해줬는데 한국 기업의 대리 밑에 있는 '주임' 정도로 생각하고 안 만나겠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중국의 법과 제도가 복잡하고 문화도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서 사전 지식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