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弗 갖고 美유학…1700억 굴리는 中 '미다스의 손'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창업자의 열정입니다. 기업가 정신이 없는 회사는 투자가치가 없습니다. "

중국 사모펀드 운용회사인 신중리(信中利)그룹의 왕차오융 총재(45 · 사진)는 2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열정이야말로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자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왕 총재는 10억위안(1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며 바이두 화이슝디 등을 증시에 상장시킨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날카로운 눈매 속에 조용하면서도 논리적인 말투에서 15세에 중화과기대학(당시 화중이공대학)에 입학한 천재성을 실감했다.

왕 총재의 이력은 화려하다. 1965년생인 그는 19세 칭화대 MBA 최연소 입학,국비장학생으로 미국 미주리주의 루저스대 경영학 석사,30세에 모건스탠리 아시아 부총재 겸 중국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이력서의 행간에는 보이지 않는 굴곡도 많다. 왕 총재는 "단돈 30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 길에 올랐을 때 두려움이 컸다"며 "미국 월스트리트에 취업하려 할 때 자본시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 출신이란 이유로 면접에서 수차례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그가 중국에 사모펀드를 설립한 때는 1999년."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면서 자본시장의 생리를 깨달았는데 중국으로 발령받아 와보니 창업 열기가 뜨거웠다"며 "자본시장과 이들의 기업가 정신을 연결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지인들로부터 투자받아 소규모로 시작한 회사의 운용자금은 작년 말 현재 10억위안으로 늘어났다. 총 투자 누적 금액은 3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창업판 개설과 동시에 상장한 영화회사 화이슝디에서는 투자금의 50배 이상 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성과 덕에 그가 운용하는 펀드는 최초 벤처캐피털 1개에서 지금은 4개로 불어났다. 이 중 1개는 베이징시 정부와 공동으로 설립한 펀드다.

지금도 회사에서 투자하는 종목의 70%는 스스로 결정한다는 왕 총재는 "창업자에게서 스스로 뭔가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의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고 비즈니스 모델이 훌륭하더라도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주된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IT),자원,환경,건강산업.그는 최근 본초강목 저자인 이시전의 고향인 후베이성 치저우에 대규모 의료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우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중의학과 바이오산업을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대학이나 제약회사들이 연구소나 생산 공장을 만들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단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며 IT 금융 제약 등의 분야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 기업이나 금융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