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소통…창의경영…책 속에 모두 있더라

'독서경영 포럼' 한국남부발전ㆍ교보생명 성공사례 눈길
"CEO 3.0을 위하여!"

국내 전력의 13%를 공급하는 한국남부발전 임직원들은 요즘 건배할 때 이런 건배사를 많이 외친다. 올해 들어 회사가 '창조독서경영'을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발전소에 인문학의 향기를'을 모토로 내건 이 회사는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빙산이 녹고 있다고?》 《딜리셔스 샌드위치》 《애플의 법칙》 등 3권의 책을 매달 1권씩 전 직원이 읽고 토론하도록 했다. 그 결과 책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건배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발전소가 경남 하동 · 울산,강원도 영월,경기도 청평,제주 등 문화 소외 지역에 흩어져 있는 점을 감안해 '인문학으로 지역민과 교감하다'라는 주제로 독서한마당 행사를 지역별로 개최했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씨와 김용택 · 정호승씨 등 저명한 시인을 초청해 지역주민과 함께 발전소를 견학하고 강연,저자 사인회 등을 열었다. 직원과 지역민들을 위한 책읽기 · 글쓰기 특강도 마련했다. 오는 6월에는 본사 및 협력사 직원들과 함께 남한산성에서 김훈씨의 낭독회를 열 예정이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교보문고가 주최한 '제2회 대한민국 독서경영 포럼'에서 이 회사 하상수 차장은 독서경영 사례 발표를 통해 "아직 독서경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직원부터 CEO까지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니 의사소통이 잘 될 뿐만 아니라 자부심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한 달에 책 1권 읽기도 쉽지 않았던 직원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며 "조직 전체가 상상력과 비전을 공유하고 창조적인 사고로 일하기 위해 'Copy & paste(복사&붙이기)'가 아니라 'Copy & Creative(창의성)'의 조직문화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교보생명의 독서경영 효과는 더 컸다. 교보생명은 2000년부터 변화와 혁신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존 코터의 《변화관리》 《변화의 리더》에서 8단계의 변화 · 혁신 프로그램을 마련한 다음 개인의 마음자세와 자기관리,조직의 변화와 리더십,코칭스킬 등을 다룬 12권의 주제 도서를 선정해 매주 1권씩 읽고 토론하는 독서토론회를 개최했다. 3개월 과정의 독서토론이 끝나면 1~2년마다 4주간의 '팔로우 업' 과정을 마련해 보완했다.

또 2005년부터는 독서기반 학습을 추진해 임원 · 팀장 독서토론회(월 1회)와 조직 단위 독서토론회(분기별 1회),독서통신교육 등을 활발히 전개했다. 특히 조직단위 독서토론회는 팀을 구성해 읽을 책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3일 안에 보내주는 방식을 제도화했고,독서토론 결과는 사내 지식거래소에 올려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 회사 김성록 부장은 이날 사례발표를 통해 "독서경영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생산성 향상과 역량개발,지속적인 혁신의 문화가 정착되는 등 회사 전체가 엄청나게 변화 지향적인 조직으로 바뀌었다"며 "영업이 중요한 보험회사의 특성상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자율 · 창의적인 조직으로,내부 경쟁적 조직에서 고객 지향적 조직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책을 읽고 토론을 자주 하다보니 각종 회의에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아이디어 제안도 활발해져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와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의 개회사와 축사,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을 지낸 TBWA 코리아 전문임원,한준상 연세대 교수의 특강,한국남부발전과 교보생명의 사례발표 등으로 진행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