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자본시장 개방은 점진적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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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로 부상한 중국"중국을 일컬어 G2(주요 2개국)라고 하는 건 과장인 것 같다.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다. "
주윈라이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 기조연설
주윈라이 중국 국제금융공사(CICC) 회장은 'G2로 부상한 중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세 번째 세션 기조연설을 이렇게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급속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강으로 언급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눈치였다. 실제 중국 경제의 수준이 미국과 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객관적인 설명일까,아니면 다른 나라의 견제를 피하면서 자신들만의 발전 전략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려는 의뭉스러움일까. 주 회장은 먼저 여러 통계자료를 동원해 '중국은 G2가 아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세계 경제의 2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 세계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8% 수준으로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며 주식시장 규모를 봐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미국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주 회장의 얘기다.
그는 "1980년대 초반 개혁 · 개방 정책을 추진한 이후 중국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맞지만 중국의 위상을 평가할 때는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경제 규모를 봤을 때 중국은 여전히 개도국의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내 주 회장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 전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정부는 새로운 발전 전략으로 자본시장 개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 회장은 중국 정부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설립을 추진 중인 '국제판(國際板 · International Board)'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국제판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주식 시장이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중국판 나스닥 차이넥스트(Chinext)에 이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중국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로 전문가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임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뉴욕 증권거래소 등 글로벌 주식시장에 걸맞은 수준으로 국제판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외국 자본을 중국에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외환시장도 보다 변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은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채 경제 발전을 추진해 왔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시장을 개방하고 개혁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자본시장을 개방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시장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가 지나치면 시장이 발전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틀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보험 제도와 연금 등 사회복지망을 확충하는 것도 중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로 지목했다. 주 회장은 "의료비 등을 국가가 보조해 주면 개인의 소비여력이 늘어나 내수시장 규모를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중국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지금도 전환기에 있다"며 계획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중국 특유의 발전 전략을 당분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발전 전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주 회장은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몇 가지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한국은 제조업은 물론 금융업에서도 중국보다 앞서 있는 점이 많아 한국의 장점을 중국 경제 발전에 활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승호/조귀동/이유정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