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강바닥 '잡동사니' 뒤섞인 모래…건설자재로 원스톱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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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이엔이, 종합처리설비 개발…
세척ㆍ운송 등 9개 공정 한곳서
4대강 사업 본격화…주문 급증
독일 업체에 기술지도까지
'4대강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낙동강 영산강 등 4대강을 개발하려면 먼저 강바닥에 깊게 쌓여 있는 모래를 걷어내야 한다. 이곳에서 준설한 모래는 건축자재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현재 4대강에 쌓여 있는 모래들은 결코 그대로 골재로 사용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래가 갖가지 화학성 공해물질에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모래는 폐타이어 나무토막 자갈 플라스틱조각 등 갖가지 협잡물이 섞여 있다. 이를 깨끗한 모래로 만들려면 준설물분리,진공흡입,침사세정 등 9개 공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9개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가 없다는 것. 준설한 모래를 건자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번 이상 이곳 저곳으로 운송한 뒤 처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때문에 4대강에서 준설한 모래를 건자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경비가 소요된다.
이 같은 비경제적인 요소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한 기계전문업체가 개발해냈다. 4대강 개발경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기업은 김포에 설비생산 공장을 가진 청우이엔이(대표 김양수 · www.cweande.co.kr)이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쌓여가는 협잡물을 분리,재활용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기계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왔다. 이 회사는 2개 부문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첫째는 협잡물 종합처리기 생산기술이고 둘째는 모래세정기 생산기술이다.
이 2개 기술을 15년 전만 해도 독일의 기술에 의존해왔으나 이 회사가 1999년 특허를 획득하면서 독일기술을 능가하게 됐다. 덕분에 독일기계를 수입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우이엔이의 기계를 선호하면서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 협잡물처리기의 경우 삼성물산 진로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 철도청 한국전력 등에서 사용한다. 또 울산시 부천시 안양시 춘천시 여수시 강릉시 등 지자체들도 하수처리장의 설비개선을 위해 이 회사의 기계를 설치했다. 협잡물을 분리하고 모래를 세정해 재활용할 수 있게 하는 협잡물종합처리기는 요즘 시군단위의 지자체들로부터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청우이엔이는 이러한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5년간 4대강 준설 모래를 원스톱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최근 들어 9단계 공정을 거쳐야 하는 준설모래 종합처리설비를 개발하고 2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따라서 4대강 준설사업자들이 이 설비를 채택하면 준설물 처리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준설한 모래를 건자재로 팔 수 있어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청우이엔이는 △지식경제부 신제품인증서(NEP) △중소기업청 성능인증서 △조달청 우수제품지정증서 등을 획득했다. 이 3개 인증을 받으면 정부 및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으로 설비를 납품할 수 있다. 정부가 이 세 가지 인증을 확보한 기업에 대해서는 수의계약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 회사는 수의계약을 통해 설비설치기간도 줄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청우이엔이의 김양수 대표는 인하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국립 카자흐스탄경제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해 기계설비분야에서 근무했다.
김 대표는 지난 30년간 오직 수처리기계 및 하수처리장설비 분야에서 기술을 쌓아온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 기술을 제공해오던 독일업체에 대해 오히려 기술을 지도하고 있을 정도다. 김 대표는 기업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5년간 지식경제부 신제품인증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국내 30여개 수처리기계업체들로 조직된 수처리기계분과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수처리기계업체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도 힘을 쏟았다. 오페수처리기계를 생산하던 중소기업들은 10년 전만 해도 소외업종에 속했으나 최근 들어 이 분야가 녹색산업으로 지정되면서 전반적으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수처리기계업체들은 다른 중소기업업종들과 달리 업체들끼리 과당경쟁을 하기보다는 상호협력관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김양수 대표는 이러한 중소기업 간 협력분위기를 처음으로 조성해낸 기업인이다. 그는 중소기계 업체들이 카자흐스탄 시장을 개척하는 데 앞장을 서기도 했다.
경기도 김포시 유현리에 있는 청우이엔이 공장안에 들어서면 거대한 컨베이어 스크루들이 제작공정을 거쳐 지나간다. 공장 마당엔 각 지자체들이 주문한 설비들이 곧 운송되기를 기다린다. 공장 2층으로 올라가면 기술연구소가 나온다. 연구소에 들어서면 연구원들이 수질시험 기계설계 등 4개 분야로 나누어 연구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이들 연구원이 지난 5년간 개발해낸 기술은 20여가지에 이른다. 그 가운데 4대강 모래를 처리할 수 있는 종합 준설물 처리시스템이 가장 돋보이는 성과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