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지방 주택시장…'깜깜이 분양' 다시 등장
입력
수정
'청약 저조' 이미지 추락 우려지방 주택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형 건설사의 유명 브랜드도 '깜깜이 분양'에 나서고 있다. 깜깜이 분양이란 청약 접수를 널리 알리지 않고 살짝 분양하는 것을 일컫는다.
통장 없는 수요자에 임의분양
청약 경쟁률이 극히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이미지 추락을 막고,나중에 청약통장이 없는 수요자를 대상으로 알음알음 좋은 층수부터 먼저 팔기 위해 사용하는 판매 기법이다. 22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인 D사가 최근 대구 상인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594채에 대한 청약을 3순위까지 받은 결과 단 한 명도 청약하지 않았다. 앞서 이 회사가 지난달 울산 동구 전하동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청약률도 0%였다. 또다른 D사가 올해 초 공급한 대구 달서구 성당동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청약률 제로 현상은 해당 건설업체들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청약을 일부러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대구나 울산 등은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 이 지역 거주자들이 청약통장을 쓰면서까지 아파트를 분양받지 않으려는 현상이 강해 청약 자체를 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1만6053채로 전국 단일 시 · 도 가운데 경기도(2만2467채)를 제외하고 가장 많다. 울산도 6930채로 인구가 훨씬 많은 부산(7657채)과 미분양 규모가 비슷하다.
D사 관계자는 "대구 분양 시장은 현재 고사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법적 절차를 밟아 청약에 주력해도 낮은 청약률이 나올 게 뻔한데 굳이 이미지를 떨어뜨리면서 청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도 "경쟁률이 낮게 나온 사실이 알려지면 나중에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안 돼 깜깜이 분양 전략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차라리 일반인들이 잘 모르게 깜깜이 분양을 한 뒤 지속적으로 미분양을 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깜깜이 분양을 실시한 업체들은 법적 청약절차가 끝나면 본격적인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임의 분양으로 원하는 층수와 향을 수요자가 찍으면 바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 경우 청약 통장이 없거나 청약 통장을 쓰지 않아도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실제 대형 건설사인 D사는 3순위까지 청약을 받은 뒤인 지난 16일에서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분양 사실을 알렸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