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대비 공장부터 짓자"…거침없는 권영수 LGD사장

1년간 12조 투자계획 발표…OLED등 신사업 강화

"올해 세계 1위를 굳히겠습니다. "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최근 구본무 그룹 회장에게 보고한 경영 목표다. 그간 공개석상에서 말해온 '수익성 1위'에서 한발 나아가 생산능력,고객 기반의 모든 관점에서 명실상부한 1등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단순히 자신감만으로 꺼낸 얘기가 아니라는 게 그룹 안팎의 해석이다. 지난 1년간 권 사장은 '거침없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22일 실적발표회에서도 1조원에 가까운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이후 내놓은 투자 계획을 모두 합치면 12조원에 달한다.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비수기인 올 1분기 역대 최대 규모인 7894억원의 영입이익을 올렸다.

◆거침없는 투자 결정

"투자 결정시 고려한 것은 고객의 사업 상황과 수요입니다. 그들이 잘하면 우리도 잘하게 됩니다. 생산능력이나 시장점유율을 따져 인위적으로 1등을 하려고 설비를 확장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실적발표회에서 공격적 투자 배경을 묻는 질문에 대해 권 사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잇따른 투자 발표가 절대 외형 1등을 추구하려는 전략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말대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똘똘한' 고객들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애플 비지오 등 스마트폰,T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업체들이 모두 LG디스플레이의 제품을 사용한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패드의 LCD(액정표시장치)도 90% 이상이 이 회사 제품이다.

하지만 고객 기반을 확충한 배경에는 권 사장 특유의 결단력도 작용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모두가 불확실성을 걱정할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덕분에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상반기 외형 측면에서도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추월한다. 월 29만장의 8세대 LCD 생산 능력을 갖춰 삼성(월 23만장)보다 앞서게 된다. 권 사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요 확대에 대비해 LCD 공장 건물도 미리 짓기로 했다. 2012년께 가동할 이 공장은 아직 기판 규격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8세대 기준 2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규모로 건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먼저 투자를 확정할 만큼 달라진 게 LG디스플레이"라며 "이번에 새 건물을 짓기로 한 것도 1위를 하겠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미래 사업도 선점한다

권 사장은 실적발표회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전자종이,태양전지 등에 대한 신사업 추진 의지도 밝혔다. 우선 내년 하반기까지 월 8000장(3인치 기준) 규모의 OLED 생산 시설을 확충키로 했다. 올 3분기 월 4000장 규모의 OLED 라인을 가동한 것까지 고려하면 생산능력을 월 1만2000장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유명무실했던 OLED 시장 점유율도 30%대까지 끌어올리고 내년 하반기 30인치대 O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종이 분야에서도 컬러를 사용할 수 있는 복합 제품,휘는 디스플레이(플렉서블) 등을 개발,2012년까지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박막형 태양전지를 육성하기 위해 올해 안으로 5세대급 전용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올 1분기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5조8763억원의 매출과 7894억원의 영업이익,64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통적 비수기임에도 전분기 대비 152%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