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올 5.1% 상승…아시아서 가장 높아

금리 올린 인도보다 절상폭 커
수출업계 "감당 어려운 수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요국의 통화가치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당장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출구전략을 펴고 있거나 준비 중인 인도와 캐나다 통화가 큰 폭으로 평가절상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한국도 주요국 가운데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는 지난 21일 미국 달러당 44.555루피로 올 들어 통화가치가 4.4% 절상됐다. 인도 경제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루피화 가치가 올 들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지난 두 달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가치 절상폭이 빨라졌다.

한은 관계자는 "인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린 지난 20일엔 절상률이 0.5%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호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경기 활황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그 여파로 호주 달러화는 미 달러화와 대비해 올 들어 절상률이 3.6%에 이른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 가치도 동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통화가치 절상폭을 보면 태국 3.7%,대만 2.6%,싱가포르 2.2% 등이다. 아시아권 외에서도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캐나다의 통화가치 상승이 두드러진다. 캐나다 달러화 가치는 올 들어 미 달러 대비 5.2%나 올랐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최근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5월 혹은 6월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캐나다는 지난해 4월 정책금리를 연 0.25%까지 낮춘 이후 1년 동안 동결했다.

한국의 통화가치 절상(환율 하락)도 캐나다에 못지 않은 수준이다. 22일 원 · 달러 환율은 1108원30전으로 마감,전날보다 50전 올랐지만 올 들어 절상률은 5.1%에 이른다.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회복세가 탄탄한 만큼 원화가치 상승은 당연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외환당국이 환율 하락 속도 조절을 위한 미세조정에 나서지 않았다면 원 · 달러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외환시장에선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향후 환율을 더 하락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대표 정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준금리 인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가운데 재계의 대표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마저 최근 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편 수출업계는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수준이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업종별 협회 대표들은 지식경제부가 이날 개최한 '긴급 수출입상황 점검 대책회의'에서 원화가치가 다른 국가 통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절상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준동/주용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