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실적 발표 피크 이후 빈자리는 누가?

23일 코스피 지수가 기업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장 초반 연고점을 경신한 후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1분기 기업실적 발표는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기업들이 다음달 17일까지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날까지 삼성전자를 제외한 IT와 자동차 업종의 주요기업들이 대부분 실적 발표를 끝낸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지수 상승 견인의 한 축을 담당했던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후 그 빈자리를 메울 대안을 찾기에 분주한 분위기다.

지난 22일 현대차,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권가 예상치를 웃돈 '깜짝 실적'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기대와 전망을 먹거리로 삼는 주식시장에서 1분기 실적 발표는 '재료노출'의 의미가 크고, 더 이상 지수의 추가 상승을 이끌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중장기 상승 추세가 훼손되지는 않았지만, 실적 발표가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지수 상승 탄력 둔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이와 함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후 지수를 받쳐줄 수 있는 후보로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는 경제지표와 선순환되고 있는 유동성 등을 제시했다.

우선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이후에 발표되는 경제지표들 역시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면 움츠렸던 시장이 재차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에서는 오는 23일에 미국 3월 신규주택매매가, 27일 2월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가 발표된다. 정명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지표가 제조업·고용·소비에 이르기까지 3연타석 홈런에 성공했는데, 주택지표도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경우 주식시장이 실적발표 시기 못지않게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2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다음달에 접어들면서 다시 제조업·고용·소비지표 발표가 있어 실적발표 시기 끝자락을 경제지표가 대체하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실적 시즌이 끝나더라도 글로벌 유동성 선순환 구조가 증시를 계속적으로 지탱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미국 증시에서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광의통화(M2) 증가율에 일정한 시차를 통해 반영된 후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유동성 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돈은 많고 잘 돌아간다'는 상황이며, 이는 모멘텀(상승요인) 공백 가능성을 메워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부분"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출구전략이 지연되면서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개선 추이 등을 고려하면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나더라도 실적 모멘텀이 계속 지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황빈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정치가 있는 일부 코스피 기업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오는 3분기까지 개선될 전망이고, 2·3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지난달 말부터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국내외 기업 실적 모멘텀(상승요인)이 2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