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지방선거 정당공천] 기초단체장 공천 3色 해법

●뉴스 인사이드
"후보검증 필요" vs "금권선거 초래" vs "임명제로 복귀"
시장 군수 등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4기 시장 군수의 40%가 각종 비리의혹으로 기소돼 상당수가 낙마한 데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각종 비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의 해법은 '정당공천 유지나 폐지 또는 임명제 부활'이라는 세 갈래로 갈린다. 지방자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의 폐해가 도를 넘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정당공천 유지론자들은 '검증시스템'의 불가피성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공천 없이 그냥 인물 위주로 기초단체장을 뽑으면 정당 차원에서 이뤄진 최소한의 인사 검증시스템마저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지역 토착세력이나 부호들이 출마해 기초단체장에 당선되고 이는 곧 지역여론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자치라는 큰 물줄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천 방식에 문제가 있는 만큼 각당이 공천 방식을 보다 민주적으로 바꾸거나 유력한 시민단체들이 경쟁력 있는 무소속 인사를 발굴,출마시켜 정당공천을 견제하는 등의 개선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석 국회 정치개혁특위 한나라당 측 간사도 "정당정치의 기본인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을 없애자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 취지를 후퇴시키자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도 지방자치를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당공천 폐지 목소리도 나온다.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기초단체장에 대한 지역구 의원과 당의 영향력이 크다는 게 문제"라며 "기초단체장 공천 자체가 하나의 기득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당이 기초단체장에 대해 검증한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결국 지역 국회의원과 당에 대한 충성도 및 기여도 등이 중요한 공천 기준이 되는데 이는 금권선거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동료 의원들로부터 '기초단체장 공천을 하면서 뇌물에 대한 유혹을 수차례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중앙당과 지역 국회의원 중심의 공천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면 기초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아예 과거처럼 기초단체장 임명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손범규 한나라당 의원은 "기초단체장은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행정의 영역이다. 정치결사체인 당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 자체적으로 행정전문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기초단체장들이 과도하게 정치화돼 임기 4년 동안 지역 행정에는 관심이 없고 지역 의원에게 줄을 대는 등 정치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의 한 의원도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 임명제 부활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지자체 권력의 반발이 워낙 커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임명제를 통한 행정책임제가 확립돼야 정치색을 배제한 지방행정의 일관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