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여걸들 "위기의 캘리포니아 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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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 전 이베이 사장·피오리나 전 HP 사장 각각 주지사·상원의원 도전미국 정보기술(IT) 업계를 주름잡았던 여걸들이 빈사상태의 캘리포니아를 구할 수 있을까.
민주당 거물과 힘겨운 싸움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사장(54)과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사장(56)이 나란히 공화당 후보로 각각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에 도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여론은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 여성 정치인들에게 일단 우호적이다. 재정난에 빠져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이들 정치 신인들이 맞서 싸워야 할 민주당 후보들이 모두 거물 정치인이어서 최종 당선까지는 험한 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휘트먼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경선 대상자인 스티브 포이즈너 캘리포니아주 보험감독청장을 누르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서베이US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휘트먼은 49%의 지지를 얻어 27%를 얻은 포이즈너 후보를 압도했다. 휘트먼은 억만장자답게 지금까지 후보 경선에 5900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는 10여년간 이베이 CEO를 지내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약 17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공화당 내 중량급 인사들이 지지를 선언해 6월8일로 예정된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낙승이 예상된다. 그러나 11월 최종 선거에서 부닥칠 민주당 후보가 만만치 않다. 현재 민주당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두 번이나 지낸 노련한 정치인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신문인 테크뉴스월드의 롭 엔더러 에디터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당선 후 정부를 운용하는 데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선거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며 "휘트먼이 고수하고 있는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운동은 최종 경선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실리콘밸리의 여제'로 불렸던 피오리나는 의외로 예선전에서 고전 중이다. 이날 발표된 서베이USA의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오리나는 27%의 지지를 얻어 37%를 기록한 톰 캠벨 전 연방 하원의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캠벨은 스탠퍼드 법대 교수와 UC버클리 경영대학장을 지낸 교수 출신 정치인이다. 피오리나는 최근 HP 재임기간 중 벌어진 뇌물 스캔들까지 폭로되면서 뜻하지 않은 피해도 입었다. 본인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경쟁 후보들은 그에게 연일 의혹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그러나 피오리나 캠프 관계자는 "아직 여론조사마다 후보 지지도가 다르게 나오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확실한 사실은 아직 누구도 최종 승자를 알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피오리나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면 민주당 소속의 바버라 복서 현직 상원의원과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된다. 복서 의원은 2004년 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역사상 최다 득표를 기록한 여성 정치인이다. 지난해 초 유방암 수술을 받은 피오리나는 "항암 치료를 견뎌낸 만큼 복서 의원도 두렵지 않다"며 "당선되면 경제 회복과 재정 건전성부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