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측 부동산 몰수…금강산 관광길 영영 끊기나

북한이 23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 몰수와 동결 조치를 취함에 따라 금강산 관광이 12년 만에 막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 내 정부 자산을 동결,우리 정부를 압박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나오지 않자 정부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 자산 등을 동결하는 등 압박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초강경 기조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남측 정부의 대화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풀이된다. 1998년 11월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전면 중단됐다. 이후 북측은 지난해 8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했을 당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올 들어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남측이 제시한 관광객 피격사건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책 마련과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원칙'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회담은 공전을 거듭했다. 그때마다 북한은 수위를 한 단계씩 높여왔다. 화폐 개혁 실패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빠진 북한은 연간 3000만달러 이상의 현금을 가져다주는 금강산 관광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집어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인민들의 금강산 관광길이 영영 끊기게 된 것은 참으로 비극적"이라고 금강산 관광 폐쇄를 경고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으면 북한은 초강경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민간 자산까지 한꺼번에 몰수하지 않은 것을 보면 민간 사업자들을 분리해 정부를 압박하게 하려는 의도가 남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정부가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제 폐쇄로 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특사단을 파견한 것을 계기로 한동안 견지해온 대남 유화 기조를 접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이제 금강산 관광은 정책당국 간에 실무적으로 얘기하는 단계는 지났다"며 "정상회담으로 푸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남측 부동산 몰수 · 동결 조치에 대해 "북한 당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그간 대응 수위와 방법에 대해 준비 및 검토를 해왔으나 어느 정도 수위까지 하게 될지 부처 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 경협사업과 민간 교역의 중단 또는 제한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불허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 지역으로의 민간인 방문 불허 등 남북 인적교류 중단 △인도적 지원품을 제외한 대북 물자제공 중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