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 중기전문기자 '현장속으로'] 리바이스도 콕 찍어 "염색은 반월단지서"…2교대 풀가동

한화·세화 등 준견의류업체들 동남아서 봉제작업 후 고급 원단 염색은 이곳에서
3D 설움 딛고 일감 밀려 신바람

리바이스 아디다스 힐피거 타깃 기어 망고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섬유 원단을 염색하기 위해 찾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반월공단에 있는 반월염색단지다. 요즘 이곳엔 활기가 넘쳐난다. 밀려드는 일감 덕분이다.

반월염색단지(사업조합)의 상근 책임자인 임재호 상무는 25일 "3월 말 현재 73개 입주업체의 평균가동률이 88%를 기록 중"이라며 "초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반의 90%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동률 수준은 전국 중소기업의 평균가동률 70.5%(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비해 17.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반월 염색업체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곤 대부분 매일 2교대로 24시간 가동한다.

김학봉 한국에이스 사장(62)은 "이 정도 가동률이면 풀가동 수준"이라며 "바이어들의 오더는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14년 동안 반월염색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김 사장은 "특히 미국의 의류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세 한솔 세화 등 중견 의류업체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봉제작업을 하지만 고급 원단의 염색은 반월에 의뢰한다"며 "그래서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세 한솔 세화는 연간 8억~10억달러어치의 의류를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중견 기업들이다.

현재 반월염색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병학 장유 사장(61)은 "고운 색상은 물론 옷맵시를 보여주는 옷감의 상당 부분이 바로 염색에 의해 좌우된다"며 "반월 염색단지의 기술 수준이 뛰어나 세계적인 바이어들이 염색을 반월단지에서 해 달라고 아예 의류업체에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니트류 염색을 주로 하는 장유도 타깃이나 월마트로부터 주문을 많이 받아 연간 2000만달러 정도를 수출한다. 염색은 원단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섬유에 어떻게 염색하느냐에 따라 색상 질감 뻣뻣함 등이 달라진다. "쉽게 얘기해서 양복을 입을 때 어떤 옷은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들지만 어떤 옷은 오래 입어도 몸과는 동떨어진 느낌이 나는 것은 소재 자체의 차이도 있지만 염색 품질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사장은 설명한다. 그만큼 염색이 의류 가공에서 큰 비중을 점한다.

하지만 반월염색단지 업체들에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이 사장은 "자체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는 대구염색단지는 t당 증기 가격이 2만8504원(3월 평균가격 기준)인데 반월은 3만5606원으로 24.9%나 비싸다"고 말했다. 3D 업종이라는 설움 속에 인력난도 풀리지 않는 과제다.

반월염색단지에는 약 60만㎡에 모두 73개사(소규모 임차업체 68개 제외)가 들어서 있다. 염색 대상에 따라 화섬직물 14개사,니트 13개,날염 11개,사염 9개,면직물 8개,재봉사 4개,실크 3개,기타 11개사 등이 입주해 있는데 실이나 직물을 염색해 미국 유럽 등지로 연간 8억달러가량 수출한다. 이 중 대미 수출비중이 약 70%에 이르며 나머지는 주로 유럽이다. 이곳의 종사자는 4767명이다.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