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트리거 효과'…부동자금 증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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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자금 10조 증시 유입 예상…금융주 저평가 해소도 기대삼성생명이 단기 부동화한 시중자금을 다시 증시로 끌어들일 '트리거(방아쇠)'가 될까.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질 5월 공모시장의 첫 테이프를 끊을 삼성생명은 약 5조원 규모 공모 청약에 최소 10조원의 뭉칫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객예탁금,머니마켓펀드(MMF) 등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생명 상장이 증시 주변을 맴돌던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청약자금 증시 잔류 기대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 23일 현재 13조8847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816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단기 금융상품인 MMF 설정 잔액도 82조원에서 85조원으로 불어났고,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41조9106억원으로 3조754억원 늘었다. 은행 예금금리가 사실상 연 2%대로 진입하고 부동산 불패신화가 흔들리면서 증시 주변을 떠도는 자금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내달 공모주시장은 부동자금이 한꺼번에 쏟아져 열기가 한층 달아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최대어'인 삼성생명의 상장은 시중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가 11만원으로 다소 높게 책정됐지만 대부분 기관들이 보호예수를 신청해 상장 이후 단기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청약 경쟁도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청약에 나섰다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자금이 다시 단기 부동자금으로 회귀할 것인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생명 공모에 나서는 자금은 과거 거치식펀드에 유입됐던 '뭉칫돈'과 유사한 성격일 것"이라며 "중 · 상층의 여유자금으로 리스크를 감내하는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일부는 증시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원금 손실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지만 차익 실현이 목적인 거치식펀드 환매 자금은 다시 증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시중자금은 수익률에 따라 은행 예금에서 채권으로 옮겨갔다 다시 공모시장을 거쳐 증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바닥권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노린 자금들의 증시 유입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공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접어드는 국면에선 주식 같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증권 · 보험주 '후광 효과' 톡톡
삼성생명의 상장을 계기로 증권 보험 등 금융주에 대한 매수세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모를 통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외국인과 기관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맞추기 위해 다른 보험주나 증권주를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부족한 자금으로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 위해선 비슷한 성격의 종목으로 '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증시에선 대한생명이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유입된 가운데 1.38% 오른 9550원으로 마감,닷새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화재(0.97%)와 동양생명(0.36%) 등 다른 보험주들도 오름세를 유지했다. 기관 매수세가 유입된 삼성증권(2.09%) 대우증권(3.55%) 등 증권주의 상승폭도 두드러졌다.
◆'시기상조' 신중론도
부동화한 자금의 본격 증시 유입은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란 신중론도 있다. 펀드 환매가 지속되는 한 기관의 주식 매수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로 개인의 투자심리 회복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 사이에 아직도 원금 손실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충격)가 남아 있어 머니 무브 기대는 이르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월 저점 대비 10% 이상 올랐다는 부담감도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가 1500선 근처까지 떨어져 저가 매력이 살아나거나 2000선을 넘어 추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지 않는 한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