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플레 확산] '철근값 인상' 충돌에 공사 차질 비상

철근거래 중단 지속땐 큰 타격
"다음 주부터는 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속출할 겁니다. 장마철이 오기 전에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4대강 사업 등 대형 공공사업장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대형 건설사 H사 임원)

철근가격 인상을 둘러싼 건설 · 제강업계 간 갈등이 '철근 거래 중단' 으로 치달으면서 건설 현장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 · 대우 · 롯데건설 등 7개 대형업체와 일부 중견업체들이 지난 22일부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주요 제강사들로부터 철근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공사현장에서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와 빌딩 등 철근 수요가 많은 건축 공사장에서는 철근이 쓰이는 공정을 뒤로 미루고 다른 공사를 먼저 진행하는 등 '공정 변경'까지 등장했다. SK건설 자재구매 관계자는 "일선 대리점을 통한 비상 구매물량과 기존 비축철근으로 1주일 정도는 버티겠지만 이후부터는 공사 중단 현장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그는 "여름 장마철이 닥치기 전에 공사를 서둘러야 하는 4대강 사업 등 토목공사와 대규모 아파트 현장의 경우 철근이 없어 공기가 지연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공사장마다 적정 길이의 맞춤형 철근을 구하지 못해 손해가 막심하다"며 "7.5m 철근을 써야 할 곳에 8m짜리를 잘라 쓰다 보니 철근 한 개당 0.5m가 쓸모없이 버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철근 거래 중단 사태는 철강사들이 지난 2월 철근가격을 t당 74만100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만원 올리고,이어 4월에 다시 79만1000원으로 5만원 추가 인상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건설사 30여곳의 자재 구매담당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철강 업계의 원가상승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두 달 새 t당 10만원 인상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강사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건설사들이 2,3월에 철근을 받아갈 때는 가격인상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금와서 딴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