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글로벌 무대 '퀀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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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이불·정연두씨 등 해외 전시미니멀리즘의 대표 작가 이우환과 '예술 전사' 이불,'보따리 설치 작가' 김수자,홍콩 스타 작가 홍경택,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작가 정연두,중견 사진 작가 구본창,캐릭터 '동구리 화가' 권기수씨….
올해 해외에서 전시회를 갖는 작가가 부쩍 늘었다. 그동안 비디오 아트를 비롯한 설치 미술과 미니멀리즘,구상 회화,사진 영상 등의 영역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이 국제무대에 한국 미술의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의 해외 진출은 새로운 '아트 한류'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기대된다. 이에 대해 정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코리아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외 진출,선택 아닌 필수
국내 작가들은 활동 반경을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쪽으로 발빠르게 옮기고 있다. 한국 미술의 국제화와 작가 브랜드 제고를 위해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판단에서다. 작가들에게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 작가로 국제성을 인정받아온 이우환씨의 경우 일찌감치 일본 화단을 발판으로 미국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이씨는 오는 7월 일본 나오시마섬 '이우환 미술관' 개관에 따른 특별 전시회,내년 2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을 앞두고 있다.
'예술전사' 이불씨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 뉴욕 리먼머핀 갤러리에서 지난 22일 신작('상상의 풍경' 시리즈) 개인전을 시작한 이씨는 뉴욕 전시가 끝나는 대로 유럽으로 건너가 벨기에 브뤼셀 보고싱앙재단의 초대전(5월)과 영국 런던 헤이워드미술관의 개인전(6월)을 갖는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씨(파리 에마뉘엘 페루틴갤러리 · 6월15일~7월30일)를 비롯해 권기수(파리 오페라갤러리 · 6월18일~7월31일),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인 조각가 정현,추상화가 이영배,송현숙씨도 유럽 시장을 정조준할 방침이다. 이 밖에 혼자 힘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 중인 김수자씨는 빌게이츠재단이 내년 봄 시애틀에 건립하는 '뉴 캠퍼스'에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한지 조각가 전광영(캐나다 난다오 컨템포러리미술관 · 10월),사진 작가 구본창(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 6월19일~9월26일),고상우(런던 세서미갤러리 · 5월6일~6월3일),설치 작가 최우람(뉴욕 비트폼갤러리 · 5월15일까지),홍경택(미국 뉴욕 두산갤러리 · 11월),김중식씨(홍콩 문 갤러리 · 5월13일까지)도 작품전을 준비 중이다.
'국민화가' 박수근과 백남준의 국제화 작업도 추진된다. 갤러리 현대는 내달 박수근 서거 45주년을 맞아 대규모 전시회를 열고 영문 도록을 제작해 해외 미술관에 보낼 예정이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박 화백의 예술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테이트뮤지엄은 오는 12월 리버풀 분관에서 백남준의 회고전을 연다. 이에 따라 백남준의 국제적인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은 결코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인 작가들은 하나같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 공산품이 아닌 문화 상품인 만큼 세계인의 정서와 관행 등을 잘 알고 이를 작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연두씨는 "수년에 걸친 전시 공간 확보,국제적인 큐레이팅,판매 사업 수행에 이르기까지 만만한 과정이 하나도 없다"며 "그러나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다는 의미에서 뿌뜻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글로벌 작가가 되기 위해선 체질 개선,국제적인 인식 제고,글로벌 정보 확보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