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장률 서프라이즈'…경제 정상궤도 진입 '눈앞'

한은 실질 GDP 속보치
수출·투자·소비 모두 호조
"한국 경제가 거의 정상궤도에 올랐다. "

김명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7일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브리핑하면서 경제상황에 대해 내린 평가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도 "위기 이전 성장경로에 접근했다"고 진단했다. ◆성장률 서프라이즈

한은이 발표한 1분기 실질 GDP(속보치)의 규모는 255조2984억원.전기 대비 기준으로 1.8% 늘었다. 미국이 쓰는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하면 7.4%에 육박한다.

1년 전과 비교한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7.8%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론 2002년 4분기(8.1%) 이후 7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 2분기에 비해서도 3%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는 당초 한은이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기준으로 1.6%,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7.5%를 예상했다. 김 국장은 "수출과 정부부문,민간부문 등이 고르게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전기 대비 1.8%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보면 △수출을 제외한 민간소비와 투자 등이 1.5%포인트 △수출 1.2%포인트 △정부지출 1.2%포인트 등이다. 여기서 수입으로 인해 국내총생산 감소 2.0%포인트,통계오차 0.1%포인트를 차감하면 성장률 1.8%가 나온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생산이 반도체와 LCD 등 전기전자의 호조로 전기 대비 3.6%,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의 증가율을 보인 것은 9년6개월 만이다. 전기 대비 기준으로 건설업과 서비스업도 각각 1.6%와 1.5% 성장했다. 민간소비는 0.6%(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고 설비투자는 1.5%(전년동기 대비 28.8%) 늘었다. 수출과 정부 부문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웃돌았고 수출을 제외한 민간부문은 금융위기 이전의 97%를 회복했다.

◆향후에도 견조한 회복 기대

주목할 대목 중 하나가 재고 쪽이다. 올해 1분기 재고감소폭은 1조6000억원 규모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9조3000억원,3분기 4조7000억원,4분기 3조9000억원 등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김 국장은 "그간 진행돼 온 재고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 상당기간 재고가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2분기와 하반기 성장률을 각각 0.8%와 1.0%(전기 대비)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천 한은 조사담당 부총재보는 "1분기의 높은 성장률에 이어 2분기 이후에도 예상수준의 성장세가 나온다면 우리 경제가 상당히 강한 회복세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환율과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동향이다.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환율과 낮은 국제원자재 가격 덕분이었다. 하지만 원 · 달러 환율이 지나치게 빠르게 하락(원화가치는 절상)하면 수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BOA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현재 1100원을 웃돌고 있는 환율이 연말로 갈수록 10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은 하반기엔 성장속도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