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게…더 빠르게…글로벌車 '다운사이징'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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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통한 '스마트카' 개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크기를 줄여 연비 효율을 높이고,배기량을 낮추면서도 동력 성능은 유지하는 게 목표다. 권투선수가 체중을 줄이면서도 '펀치력'을 유지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015년 후 신차 연비는 ℓ당 17㎞업계는 미국 유럽 등 각국 정부의 엄격해진 환경 규제와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카'를 개발 중이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등 '그린카'보다 개발 비용이 적고 단시간에 만들 수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판매가격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 정부는 2015년 환경 규제 기준을 연비 ℓ당 17㎞,온실가스 배출량 ㎞당 140g으로 정하고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여갈 방침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소형차의 비중이 2013년 5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크기는 베르나,성능은 쏘나타현대자동차는 최근 중소형급 차에 사용할 가솔린(휘발유) 직분사식(GDI) 1.6ℓ 4기통 엔진을 개발했다. 연료를 동력기관에 직접 분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사용했다. GDI 엔진은 기존 다분사식(MPI) 엔진에 비해 △7~12%의 성능 향상 △10%의 연비 개선 △배출가스 감소 등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1.6ℓ급 MPI 엔진의 최고 출력은 110마력,GDI 엔진은 138마력을 낸다. 2.0ℓ급 엔진에 맞먹는 성능이지만 연비는 ℓ당 17㎞에 달한다. 여기에 터보 차저(출력을 높여 주는 과급기)를 달면 175마력까지 올라간다. 쏘나타의 동력 성능(2.0ℓ 모델 기준 165마력)을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다운사이징 등을 통해 가솔린 차 연비를 2015년까지 25% 높이고,202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2005년 대비 1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에 출시하는 소형차 '벨로스터(개발명)'는 '베르나' 크기의 차체에 1.6ℓ GDI 엔진을 탑재한다.
GM대우가 개발을 주도한 소형차 '젠트라' 후속,시보레 '아베오RS'도 주목된다. 1.4ℓ 에코텍 터보 엔진을 탑재해 138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이 차는 내년 초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 미국도 '스마트카' 출시 잇따라
외국 업체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BMW는 가장 작은 차인 '120d'에 준중형차 320d와 동급인 2.0ℓ 4기통 디젤 엔진을 달았다. 최고 출력은 177마력으로 같지만 연비는 ℓ당 15.9㎞로 320d(ℓ당 15㎞)보다 높다. 일반 승용차와 비슷한 크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1'도 최근 선보였다.
아우디는 올 하반기 대항마 'A1'을 출시한다. 4m 이하의 단신에 1.6ℓ 디젤 모델을 얹어 ℓ당 25㎞(수동변속기 기준) 이상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소형차 '폴로'는 하이브리드카보다 연비가 좋다. 1.2ℓ 디젤을 얹은 블루모션 TDI는 ℓ당 31㎞를 달릴 수 있다. 함께 내놓은 폴로 GTI는 1.4ℓ 직분사 가솔린 엔진으로 180마력을 내면서도 연비는 ℓ당 약 17㎞ 수준이다.
'미국차는 기름 먹는 하마'라는 인식도 깨지는 추세다. 포드는 배기량을 낮추고 터보 차저로 출력을 보강한 '에코부스트' 엔진을 개발,향후 5년 간 피에스타,포커스 등의 소형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경차보다 작은 소형차 쏟아진다
자동차 크기는 계속 작아질 전망이다. 독일 프랑스와 일본의 '3국 연합'인 다임러-르노-닛산 3사는 최근 소형차 부문 제휴를 체결했다. 다임러가 개발하고 르노가 생산하는 4기통 소형 엔진은 2013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A클래스 등 3사의 소형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3~4년 내로 2인용 '시티카(city car)' 등 경차보다 작은 초소형차를 만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과)는 "전기차 등 그린카는 실용성을 갖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당분간 다운사이징 스마트카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석 한경닷컴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