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뉴스]HP, 팜 인수…이젠 PC와 폰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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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입니다. 팜(Palm)을 대만 HTC가 아니면 중국 레노버가 인수할 줄 알았는데 HP가 먹었습니다. 팜은 10여년 전 PDA로 이름을 떨쳤던 기술력 있는 회사입니다. PDA가 지고 스마트폰이 뜨면서 지난해 프리(Pre)와 픽시(Pixi)란 이름의 폰으로 승부수를 던졌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초기엔 잘나가나 싶었는데 끝내 아이폰과 블랙베리 벽을 넘지 못해 새 주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HTC는 최근 팜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답니다. 그러자 레노버가 얘기가 나왔습니다. 레노버는 IBM PC사업부문을 인수했던 세계 4위 PC 메이커죠.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면 모바일 OS(운영시스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팜의 웹OS를 탐낼 만하다는 얘기였습니다.
HP는 세계 최대 PC 메이커입니다.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 시절에 컴팩을 인수함으로써 델(Dell)의 추격을 뿌리치고 세계 1위를 굳혔죠.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디바이스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나 윈도폰7과 같은 모바일 OS를 쓰면 됩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림(RIM)처럼 독자 OS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특히 팜의 웹OS는 멀티태스킹이 강해 누구든 탐낼 만하죠.
HP는 팜을 12억$(1조3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로써 팜의 핵심자산인 웹OS는 HP의 컴퓨터 기술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게 됐습니다. 프리와 픽시도 계보를 이어가겠죠. 존 루빈스타인 팜 CEO는 “HP의 혁신적인 문화와 스케일, 글로벌 영업력 등을 감안하면 웹OS를 빠르게 키워줄 적절한 파트너다”고 말했습니다.
HP가 휴대폰 사업을 안한 건 아닙니다. PDA를 만들다가 여기에 통신 기능을 넣은 PDA폰도 만들었죠. 제 친구도 HP PDA폰을 쓴 적이 있는데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지금도 윈도모바일을 탑재한 아이패크(iPAQ)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게다가 라이벌인 델은 최근 언론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흘렸습니다. 아마 금년말쯤에 판매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대만 에이서와 레노버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스마트폰 기술력을 강화할 필요를 느낀 HP로서는 한때 라이벌이었던 팜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HP가 팜을 인수함으로써 휴대폰 시장과 PC 시장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에 이미 예고된 일이긴 합니다. 이제 PC 메이커와 휴대폰 메이커가 한데 엉켜 더욱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됐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래 전부터 PC와 폰을 모두 생산했기 때문에 둘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과제일 것 같습니다.
사실 HTC가 팜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하고 인수할 만한 기업이 레노버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올 때 삼성 LG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팜의 웹OS라면 이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라고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레노버마저 손을 털면 헐값이 사도 되겠다 싶었는데 뜬금없이 HP가 나타났습니다.HP의 팜 인수와 관련한 팩트는 이렇습니다. 전액 현금인수입니다. 인수작업은 HP 회계연도 기준으로 3분기에 끝내기로 했습니다. HP는 팜 인수를 발표하면서 ‘전환기(transformational moment)’란 표현을 썼습니다. PC 메이커에서 PC+폰 메이커로 전환한다, 이젠 애플과도 정면대결한다는 뜻이라고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1000억$ 규모이고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양사 기술을 결합하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고 브랜드 프리미엄을 키울 수 있다. HP는 제품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웹OS에 추가로 투자할 것이다. 웹OS가 급성장하길 기대한다. HP의 태블릿 슬레이트에 웹OS를 탑재할지는 모르겠지만 태블릿 비즈니스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HP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휴대폰 시장을 흔들어놓은 바람에 노키아 삼성 LG 소니에릭슨 등 기존 휴대폰 메이커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모토로라는 사경을 헤매고 있고 최강자인 노키아마저 10% 영업이익률을 지키느라 비상입니다. 삼성 LG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판국에 HP가 팜을 손에 넣었으니 PC 진영과 폰 진영이 엉켜 치열하게 싸우게 됐습니다. <추가1> 포브스 기자 출신인 댄 포머는 HP의 팜 인수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썼습니다. 웹OS가 유저인터페이스(UI)와 일부 기술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한 플랫폼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소비자들이 사주지 않고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해주지 않았는데 되겠느냐는 거죠. 워싱턴타임스의 마크 켈러는 HP가 12억$ 낭비했다고 썼습니다. “(HP가) 큰 모험을 했다. 팜은 아이폰/블랙베리가 지배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애플 앱스토어에 필적할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했고, 모바일 OS에서 안드로이드보다 나을 게 없다.” HP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스마트폰 시장에 거물이 뛰어들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한다고 봅니다.
<추가2> 한 애널리스트(International Strategy & Investment)는 팜이 조용히 사라지지 않고 HP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토로라 구글 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LG 등 스마트폰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한테 악재라고 말했습니다. 또 HP가 웹OS에 적극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Avian Securities)는 HP는 구매 단위가 크기 때문에 훨씬 싼 가격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3> HP는 2007년부터 아이패크(iPAQ)라는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폰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답니다. 비즈니스용이라서요. 그런데 2007년에 5억3100만$이던 아이패크 매출이 작년에는 1억7200만$로 줄었습니다. 최근 분기 매출은 2500만$로 1년전 5700만$의 절반도 안됩니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란 점을 감안하면 세계 1위 PC 메이커로서 자존심 상할 노릇입니다.
김광현 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HTC는 최근 팜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답니다. 그러자 레노버가 얘기가 나왔습니다. 레노버는 IBM PC사업부문을 인수했던 세계 4위 PC 메이커죠.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면 모바일 OS(운영시스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팜의 웹OS를 탐낼 만하다는 얘기였습니다.
HP는 세계 최대 PC 메이커입니다. 칼리 피오리나 최고경영자(CEO) 시절에 컴팩을 인수함으로써 델(Dell)의 추격을 뿌리치고 세계 1위를 굳혔죠. 그런데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디바이스 사업을 강화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나 윈도폰7과 같은 모바일 OS를 쓰면 됩니다. 하지만 애플이나 림(RIM)처럼 독자 OS를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특히 팜의 웹OS는 멀티태스킹이 강해 누구든 탐낼 만하죠.
HP는 팜을 12억$(1조3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로써 팜의 핵심자산인 웹OS는 HP의 컴퓨터 기술을 만나 새롭게 태어나게 됐습니다. 프리와 픽시도 계보를 이어가겠죠. 존 루빈스타인 팜 CEO는 “HP의 혁신적인 문화와 스케일, 글로벌 영업력 등을 감안하면 웹OS를 빠르게 키워줄 적절한 파트너다”고 말했습니다.
HP가 휴대폰 사업을 안한 건 아닙니다. PDA를 만들다가 여기에 통신 기능을 넣은 PDA폰도 만들었죠. 제 친구도 HP PDA폰을 쓴 적이 있는데 투박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지금도 윈도모바일을 탑재한 아이패크(iPAQ)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게다가 라이벌인 델은 최근 언론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흘렸습니다. 아마 금년말쯤에 판매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대만 에이서와 레노버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상태입니다. 스마트폰 기술력을 강화할 필요를 느낀 HP로서는 한때 라이벌이었던 팜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HP가 팜을 인수함으로써 휴대폰 시장과 PC 시장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2007년에 이미 예고된 일이긴 합니다. 이제 PC 메이커와 휴대폰 메이커가 한데 엉켜 더욱 치열한 싸움을 벌이게 됐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오래 전부터 PC와 폰을 모두 생산했기 때문에 둘을 결합해 시너지를 높이는 게 과제일 것 같습니다.
사실 HTC가 팜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하고 인수할 만한 기업이 레노버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올 때 삼성 LG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팜의 웹OS라면 이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라고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레노버마저 손을 털면 헐값이 사도 되겠다 싶었는데 뜬금없이 HP가 나타났습니다.HP의 팜 인수와 관련한 팩트는 이렇습니다. 전액 현금인수입니다. 인수작업은 HP 회계연도 기준으로 3분기에 끝내기로 했습니다. HP는 팜 인수를 발표하면서 ‘전환기(transformational moment)’란 표현을 썼습니다. PC 메이커에서 PC+폰 메이커로 전환한다, 이젠 애플과도 정면대결한다는 뜻이라고 보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1000억$ 규모이고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양사 기술을 결합하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고 브랜드 프리미엄을 키울 수 있다. HP는 제품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웹OS에 추가로 투자할 것이다. 웹OS가 급성장하길 기대한다. HP의 태블릿 슬레이트에 웹OS를 탑재할지는 모르겠지만 태블릿 비즈니스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HP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이 아이폰과 앱스토어로 휴대폰 시장을 흔들어놓은 바람에 노키아 삼성 LG 소니에릭슨 등 기존 휴대폰 메이커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모토로라는 사경을 헤매고 있고 최강자인 노키아마저 10% 영업이익률을 지키느라 비상입니다. 삼성 LG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판국에 HP가 팜을 손에 넣었으니 PC 진영과 폰 진영이 엉켜 치열하게 싸우게 됐습니다. <추가1> 포브스 기자 출신인 댄 포머는 HP의 팜 인수가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썼습니다. 웹OS가 유저인터페이스(UI)와 일부 기술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실패한 플랫폼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소비자들이 사주지 않고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해주지 않았는데 되겠느냐는 거죠. 워싱턴타임스의 마크 켈러는 HP가 12억$ 낭비했다고 썼습니다. “(HP가) 큰 모험을 했다. 팜은 아이폰/블랙베리가 지배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애플 앱스토어에 필적할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했고, 모바일 OS에서 안드로이드보다 나을 게 없다.” HP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스마트폰 시장에 거물이 뛰어들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한다고 봅니다.
<추가2> 한 애널리스트(International Strategy & Investment)는 팜이 조용히 사라지지 않고 HP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모토로라 구글 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LG 등 스마트폰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한테 악재라고 말했습니다. 또 HP가 웹OS에 적극 투자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Avian Securities)는 HP는 구매 단위가 크기 때문에 훨씬 싼 가격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3> HP는 2007년부터 아이패크(iPAQ)라는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런 폰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답니다. 비즈니스용이라서요. 그런데 2007년에 5억3100만$이던 아이패크 매출이 작년에는 1억7200만$로 줄었습니다. 최근 분기 매출은 2500만$로 1년전 5700만$의 절반도 안됩니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란 점을 감안하면 세계 1위 PC 메이커로서 자존심 상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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