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깨달음을 얻는데 남북 구분이 있으랴

혜능 육조단경 | 혜능 지음 | 단칭선사 풀어씀 | 김진무 옮김 | 일빛 | 472쪽 | 2만5000원
달마대사로부터 대대로 법을 전해받은 오조(五祖) 홍인이 가르침을 받으러 온 나무꾼 출신의 혜능에게 "영남 사람은 야만적인 오랑캐인데 어떻게 부처가 되겠느냐"고 짐짓 꾸짖었다. 그러자 혜능은 "사람은 남북의 구별이 있지만 불성에는 남북의 구별이 없다"고 대답해 스승을 놀라게 했다.

1980년대 이후 국내에선 깨달음 이후에도 닦음이 필요한지 여부를 놓고 이른바 '돈점(頓漸)논쟁'이 활발했다. 그러나 혜능은 이미 1300여년 전에 "사람은 둔하거나 재빠르기도 하지만 법(法)에는 돈점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육조 혜능의 선 수행법과 사상을 오롯이 담은 책이 그의 법문 내용을 정리한 《육조단경》이다.

이 책 《혜능 육조단경》은 선불교의 교과서이자 수행지침서인 《육조단경》을 글과 도표,그림을 동원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육조단경》의 내용은 간단하고 담백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이를 읽고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칭선사는 이 책에서 선종의 6대 조사와 '단경'의 핵심 요지,선종의 핵심 이론 등을 먼저 설명한 이후 《육조단경》의 본문을 하나하나 해설한다. 경전 명칭의 유래와 의미,쑤저우 대감사에서 했던 혜능대사의 뜨거운 설법 현장,혜능의 출가와 깨달음 및 가르침,돈오의 경지에 들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참회와 귀의,무상지혜(無上智慧)와 돈오성불(頓悟成佛)에 이르는 길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사물에 대한 상념을 타파하라,사물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타인과 나의 분별을 없애라는 가르침 등은 굳이 참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삶의 지침으로서도 유용하다. 혜능이 계를 받기 위해 광저우 광효사에 갔을 때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걸 놓고 스님들이 논쟁을 벌였다.

한 스님은 바람이 움직인다고 했고,또 다른 스님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계도 받지 않은 혜능이 일갈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너희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