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올려도 가계ㆍ中企 부작용 크지 않을 것"

금융연구원장 "2% 기준금리는 비정상"
한국은행이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로 인해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29일 발표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는 등 조기 금리인상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시중유동성이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풍부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 같은 진단의 근거로 지난해 말 기준 실질통화량이 장기균형통화량에 비해 4.3%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2007년의 경우 이 수치가 1%를 밑돌았다. 한은은 시중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장기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회사 및 법인의 여유자금이 수익률을 좇아 회전식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단기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은은 파악했다. 한은은 "이런 상황에서 자금흐름이 특정 부문에 집중될 경우 금융불균형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 코픽스(COFIX) 연동대출이 도입돼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가계의 이자 부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픽스 연동대출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대출에 비해 금리 변경 주기가 길어 정책금리 변동이 가계 이자지급 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더 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은은 따라서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가 길어지는 등 정책운용 여건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해 보다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부동산시장과 관련,안정기조가 확고하게 정착될 때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적정 수준에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은은 외화건전성에 대해선 "단기 외화자금의 과도한 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 규제를 확대 또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 외화차입 규제에 찬성한다는 견해다.

김태준 원장은 이날 '2009년 금융백서'설명회에서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와 기준금리 인상시기가 이전에 논의했던 것보다는 앞당겨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그러나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 불안 등 성장률 이외 다른 요인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에 대한 스케줄을 지금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2014년부터 예대율 100% 규제 시행만 밝히고 있으나 순차적으로 목표를 내걸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은행세 도입 문제에 대해서 "단기 외화차입이 제한돼 외화차입 비용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이를 대신할 외화 조달처를 발굴하거나 해외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보완책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