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스타일] 제냐 100주년 한정판 시계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

시계·만년필·커프스링크 100개씩…13일부터 세계 20개 매장서 판매
국내선 청담매장서 VIP대상 이벤트
서울 청담동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는 요즘 이색적인 행사를 앞두고 분주하다. 오는 13일 전 세계 20개 매장에서 선보이는 '한정판' 때문이다. 제품은 제냐가 100년 만에 처음으로 만든 시계와 만년필 커프스링크 100개씩.국내에서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3개씩만 판매한다. 제냐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13일 청담동 매장에서 VIP고객 일부를 대상으로 미리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는 프리뷰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이날 시계 전문가의 프레젠테이션과 함께 와인 클래스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냐의 역사는 영국의 직물산업이 태동하던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인 '트리베로'에서 20세의 한 청년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원단공장을 물려받는다. 당시 직물공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영국에 대적하겠다는 뜻을 품은 이 청년은 낡은 프랑스식 직조기를 영국식 새 기계로 바꾸고,본인의 이름을 단 최상의 원단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기술과 최고의 품질을 지닌 원단만 고집해온 이 업체는 전 세계 럭셔리 남성 패션계를 주름잡는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로 성장했다. 제냐가 오는 11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마니아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한 '스페셜 에디션'은 물론 전 세계 제냐 매장에서는 성대한 파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탈리아 남성복의 자존심

'최상급 소재,정교한 장인의 손길이 살아 있는 디테일,정통 이탈리안 스타일.'제냐의 제품에는 이런 수식어들이 달린다. 원단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 1930년부터 '에르메네질도 제냐'라는 이름을 원단 가장자리에 새겨 판매했다. 이 마크는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는 원단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오늘날 고급 양복점에서는 마치 '수트의 품질 보증서'라도 되는 것처럼 남성들에게 '제냐 원단'이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운다.

이처럼 제냐가 세계적인 텍스타일 메카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원단 공장인 '라니피시오 제냐'를 통해서다. 이곳에서는 제냐만의 차별화된 천연섬유의 블렌딩 기술로 혁신적인 원단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 만을 위한 원단부터 세계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이용하는 고급 원단을 비롯해 연간 200만m를 생산하고 있다. 4대째 이어온 제냐 가문과 100년이라는 기업 역사를 탄생시킨 주역으로서 이 공장이 문을 연 1910년 5월11일이 제냐의 창립일이 됐다.

이 같은 원단 생산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냐는 1960년대 남성복 시장에도 직접 진출했다. 최고급 원단으로 만든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의 남성복으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제냐는 현재 291개의 직영 매장을 포함해 전 세계 6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최근에는 도쿄 두바이 홍콩 등 주요 도시에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한 글로벌 스토어를 열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100년 만에 나오는 리미티드 에디션

제냐는 오는 6월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열고 히스토리북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7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중국 상하이에 글로벌 스토어를 여는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100년간의 열정을 담아낸 3종의 스페셜 아이템.제냐는 남성들이 멋낼 수 있는 포인트 패션 아이템인 시계 만년필 커프스링크를 100개씩 내놓는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토털 아이템을 선보이는 다른 패션업체들과 달리 제냐는 오로지 최고의 원단을 활용한 패션의류만 만들어 왔다. 지난 100년간 제냐의 로고를 새긴 시계와 만년필은 단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이 제냐의 시계와 만년필을 소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귀띔한다.

첫 번째 아이템은 스위스 '오트 오를로주리'(고급시계)의 대표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지라드 페르고'와 협력해 만든 시계(3850만원)다. 219년의 역사를 지닌 지라드 페르고와 원단의 자존심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스타일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우아함이 돋보이는 40㎜ 사이즈의 로즈 골드 케이스,제냐 100주년 로고가 장식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독창적인 디자인의 캘린더,악어가죽 스트랩,나뭇잎 모양의 핸즈(시곗바늘) 등이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시계는 세밀하고 정교한 지라드 페르고의 무브먼트(3300-0042)를 탑재했다. 시계만큼이나 남성들이 욕심부리는 아이템인 만년필(1080만원)도 제냐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필기구 업체 오마스(OMAS)와 손잡고 내놓은 것.18K 로즈골드 펜촉에 제냐의 출발점인 고유 원단을 상징하는 핀스트라이프 패턴을 만년필 바디 전체에 새겨넣었고,제냐 패브릭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별도 함께 넣었다.

커프스링크(714만원)는 '타테오시아 런던'과 손을 잡았다. 이탈리아 장인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으며,18K 로즈골드 커프스링크 전면에는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3개의 다이아몬드 장식과 함께 제냐 원단에 사용되는 실 스탬프인 제냐 가문의 문장을 새겨넣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