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부터 큰손까지‥삼성생명 청약 열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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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둘러보니 청약용 계좌개설 4배 늘어30일 오후 2시 한국투자증권 서울 개포지점.평소 같으면 한산한 시간일 텐데 대기번호표를 받으려는 투자자들로 붐볐다. 오는 3~4일로 예정인 삼성생명 공모 청약에 참여하기 위해 대표 주관사인 이 회사의 증권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 지점 양은희 팀장은 "번호표 대기자가 100번이 넘어갈 정도로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며 "고객 상담에 문의전화까지 종일 끊이지 않아 직원들이 식사 교대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방문고객도 수두룩
삼성생명 청약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공모 주관 · 인수 증권사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반투자자 대상 삼성생명 공모주 중 309만주를 배정받은 한국투자증권의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지난 26~29일 나흘간 하루 평균 1938건에 달했다. 이는 4월 첫째주 하루 450건에 비해 4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223만주의 청약을 받는 신한금융투자도 신규 계좌 수가 29일 하루에만 3807개(제휴 은행 개설 포함)에 달했다. 공모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생명 공모에 사상 최대 '청약 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생명 공모가가 예상(10만원 안팎)보다 높은 주당 11만원으로 결정되면서 청약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는 지적이다. 김정익 신한금융투자 명동지점장은 "공모가가 예상보다 높게 결정됐고 국민연금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지점을 가득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공모주 투자는 물론 주식 시장을 멀리해 온 투자자들까지 청약에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대구지점장은 "입소문을 듣고 공모 청약 방법도 모른 채 증권사를 처음 방문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이번에 청약을 안 하면 손해본다는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많고 주부부터 직장인까지 계층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날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점에서 계좌를 새로 만든 주부 남해인씨는 "그동안 주식 투자를 안 했지만 요즘 금리가 너무 낮고 부동산은 위험 부담이 커 삼성생명 청약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며 "상담을 받아 보니 예상 경쟁률을 감안하면 1억원을 넣어도 40주밖에 못 받는다고 해 청약 마지막날 2억원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들도 적극적이다. 함민선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팀장은 "PB센터는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자산가들이 주고객이어서 대개 'VIP룸'에서 상담하는데 요즘은 홀에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이 평소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보통 10억원 이상 넣는데,주식 투자를 전혀 않다가 이번에 계좌를 만든 고객이 절반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박희섭 신한금융투자 도곡지점장은 "부자들은 계좌를 만들고 청약하는 것이 귀찮고 공모주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 공모주 투자를 꺼렸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말했다. 10만주 청약 한도를 다 채워 55억원을 청약한다면 상장(12일)이후 주가가 현재 장외가격 수준까지만 올라도 단기간에 5000만원가량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삼성증권(206만주 배정) 동양종금증권(86만주) KB투자증권(31만주) 우리투자증권(31만주) 등도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최승수 삼성증권 차장은 "평잔 1억원 이상 계좌가 월평균 500~600개 정도 늘어나는데 최근 2주 사이에만 2000개가량 급증했다"며 "투자성 여유자금을 보유한 일반 법인들의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조진형/서보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