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S라인' 그리스 미술에 다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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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서 '신과 인간' 전전시장에 들어서서 맨 처음 마주치는 높이 23.6㎝의 조그만 청동상.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포스산에 모여 살았다는 신들의 통치자 제우스다. 양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와 번개가 각기 신과 인간 위에 군림하는 지배력과 파괴력을 상징한다.
작은 청동상인데도 얼굴 표정과 수염,머리카락이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기원후 1~2세기 작품인 이 청동상의 얼굴은 1896년 부활된 아테네 올림픽의 우승 메달에 그대로 재현됐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그리스의 신과 인간' 특별전은 이 제우스상을 비롯해 디오니소스(사진),헤라클레스,아프로디테 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남성과 여성,운동선수 등의 모습을 136점의 유물로 보여준다. 조각상,도기,장신구 등의 유물을 영국박물관에서 빌려왔다.
전시는 '신,영웅,그리고 아웃사이더''인간의 모습''올림피아의 운동경기''그리스인의 삶' 4부로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벌거벗은 인물이 많다는 점.이안 젠킨스 영국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는 "그리스 미술의 핵심적 특징이 '벌거벗음'"이라며 "페르시아 등 다른 고대세계 사람들은 신체 노출을 수치스럽게 여겼지만 그리스에서는 일찍부터 남성과 여성을 나체로 표현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경기에서는 나체가 표준이다. 그리스어 '굼노스(Gumnos)'는 벌거벗음을 뜻하며,고대 그리스의 연무장(gymnasium)은 건강한 남성들이 벌거벗은 채 운동경기를 하는 곳이었다. 그리스의 신과 신화를 다룬 1부에선 제우스와 그의 아내 헤라,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지혜와 기술의 여신 아테나,절름발이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의인화된 포도나무의 어깨에 왼팔을 두르고 있는 대리석상 등을 만나게 된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신이 된 영웅 헤라클레스의 대리석 두상도 보인다.
인간을 주제로 한 2부에선 인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스 미술에서 대개 남성은 맨몸,여성은 옷을 입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전쟁이 빈번했기 때문에 남자는 전사로서 신체를 단련해야 했고,건장한 신체는 젊은이의 미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옷을 입히되 옷주름을 통해 몸매를 선정적으로 드러냈다.
기원전 6세기의 청년 입상 쿠로스,벌거벗은 운동선수,터키 남서부의 식민도시 크니도스에서 발견된 아프로디테상 등이 눈부시다. 균형,리듬,비례를 강조한 그리스 미술 속의 인체는 'S라인'의 원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올림픽의 고향인 고대 올림피아의 성소와 당시 운동경기 등을 볼 수 있는 3부의 하이라이트는 '원반 던지는 사람'이다. 4부에서는 고대 그리스인의 탄생과 성장,결혼,사랑,전쟁과 죽음 등의 전체 삶을 보여준다. 8월29일까지.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