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큰손 'Buy 제주'…영주권 인센티브에 부동산 투자 러시

50만弗 넘으면 '5년 거주' 혜택
전세기 타고 온 상하이 부자들…한림읍 라온리조트 306억 쇼핑

총 934채 규모의 별장형 리조트 공사가 한창인 제주 한림읍 재릉지구의 '라온프라이빗타운'.지난달 30일 이곳에 150명의 중국인들이 방문했다. 제주도 부동산 투자에 나선 중국 상하이의 신흥 부호들이다. 산자훙(41 · 여)은 "제주도와 상하이는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며 "휴양 체류시설을 사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가 매력적으로 보여 리조트 분양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이 '바이(buy) 제주'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투기성 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가 새로운 해외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바이 제주 플랜(buy jeju plan)'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부동산 투자자 영주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올해 1월 개정된 출입국관리법 시행령과 2월부터 발효된 법무부 고시에 따른 것이다. 휴양 체류시설에 50만달러(약 5억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5년 동안 거주 자격을 주고 문제가 없으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투자 대상은 제주지사가 승인한 개발사업지역 내의 휴양 체류시설로 제한된다.

전세기까지 빌려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한 상하이 투자단은 라온프라이빗타운 공사 현장을 찾아 상담을 거쳐 총 58건의 리조트를 청약하고 2일 귀국했다. 짧은 체류 일정 동안 총 306억900만원에 달하는 '부동산 쇼핑'을 마쳤다. 라온프라이빗타운 공사를 진행 중인 라온레저개발 측은 "제주에서 부동산 투자자 영주권 제도가 시행된 이후 중국인들이 개인 투자용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김현옥 제주시 부국공인 대표는 "중국인들이 라온리조트를 대규모로 청약함에 따라 제주의 개발 호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하거나 제주를 찾는 중국 관광객에게 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대거 청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부동산 투자자의 제주 방문에는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 취재진이 동행해 중국인들의 제주도 부동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총 75만4324㎡ 규모의 라온프라이빗타운에는 △119.965㎡ △154.82㎡ △179.495㎡ △291.971㎡ 등으로 구성된 체류형 복합 휴양 리조트 934채와 9홀 규모의 골프코스 등이 들어선다. 아로마 스파,실내외 수영장,와인바,비즈니스센터,테니스장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도 건립된다. 리조트 회원권 하나로 골프 승마 요트 등 다양한 레저활동과 휴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복합레저상품이다.

제주도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세계 10대 관광지 중 하나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의 80% 이상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하이에선 서울보다 제주가 훨씬 가까워 방문객이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라온프라이빗타운 외에도 △한림읍 아덴힐리조트 △성산 일출봉 주변 보광휘닉스아일랜드 △구좌읍 라헨트리조트 및 한국폴로컨트리클럽 등도 중국 투자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홍계화 라온레저개발 사장은 "인구 500만명 이상의 대도시 18개가 2시간 거리 안에 있는 제주도가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며 "연내 5~6차례 대규모 투자단을 중국에서 추가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